▲ 21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재판정에서 안경을 벗으며 장내를 바라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관습헌법'이라는 근거로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해 위헌을 선고했다. |
ⓒ2004 AP/연합뉴스 |
"논리박약, 법리적 부적합, 과잉대표화."
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판결에 대해 소장 헌법학자 3인이 내놓은 진단이다. 이들은 특히 "헌재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위헌 판결한 부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습헌법을 유일의 판단근거로 헌법재판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정치권이 논쟁과 토론으로 국민에게 설득하고 여론 수렴해야 하는 사안들을 모조리 헌법재판관들의 손에 맡기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과잉대표화의 문제점을 우려했다.
<오마이뉴스>는 21일 저녁 전화인터뷰를 통해 소장 헌법학자 3인으로부터 이번 헌재 판결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각각 들어보았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
"관습헌법만을 위헌의 유일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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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봉 교수 | |
ⓒ2004 자료사진 |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21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관습헌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통치구조에 관한 사항 ▲상당기한 다수 국민에 의해 강제력이 있는 규범으로 받아들여진 것 ▲성문헌법으로 받아들여진 것 등 헌법적 관행으로 굳어진 의미의 관습헌법 개념이 있다"며 "이는 국내외 헌법학계의 지배적 견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 교수는 "관습헌법만을 위헌의 유일한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습헌법만을 위헌의 유일한 근거로 판결한 예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또한 "헌재에서 관습헌법을 가지고 판결을 내릴 때도 대부분 보충·보완적 판단으로 위헌판단기준을 정한다"며 "관습헌법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임 교수는 "한편으로는 이번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이 갖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며 "사법부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법제화 한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헌재는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매우 중대한 상황인데도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고 정치기관들이 정치논리로 밀어붙이기 하는 점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것"이라며 "정치권의 졸속통과, 밀어붙이기식 태도를 꼬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헌재의 결정문을 꼼꼼히 뜯어보면 신행정수도의 내용을 문제삼지 않았다"며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한 것"이라며 "헌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헌재의 위헌결정을 법리적으로 비판한다면 위헌의 근거가 약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
"법리적으로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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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 교수 | |
ⓒ2004 자료사진 |
장 교수는 21일 전화인터뷰에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보다 법률에 가깝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성문헌법에 준하는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관습헌법을 인정한다해도 국민투표 없이 신행정수도 이전은 불가능한 것이냐, 그건 아니다"며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은 논리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람직한 것과 합헌·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국가보안법이 합헌이라고 결정나도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 교수는 "헌재의 이번 위헌판결 논리는 법리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헌재의 결정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몰아붙이기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몰아붙여 해결하려는 정부여당의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
"헌재가 과잉 대표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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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석 교수 | |
ⓒ2004 자료사진 |
오 교수는 "영국처럼 불문헌법국가인 경우에는 관습헌법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난다"며 그러나 "우리와 유사한 헌법재판소라는 기구를 운영하는 독일은 성문헌법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을 보면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할 '행정수도이전논란'을 9명의 헌법재판관에게 책임을 맡기는 형국으로 보였다"며 "로마시대의 '원로원 정치' 부활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오 교수는 "헌재는 국민에 대해 명확히 책임지는 기관이 아니"라며 "수도이전문제는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로 국민여론의 합의가 필요한 것인데도 헌재가 법률의 형식을 빌어 위헌판결을 내렸으니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오 교수는 "앞으로 이런 식으로 정치권이 계속 헌재에게 결정권을 미뤄두면 헌재는 자의적으로 헌법조문에 없는 것도 판결로 남길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치권의 자각을 촉구했다. 그는 "탄핵부터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스스로 타협으로 결론 내지 못해서 결국 헌법재판의 과잉을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헌재의 위헌결정은 법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정연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헌재는 정치완화기관이 아니다"며 "헌재가 과잉대표화 되는 경향이 있고 주권자인 국민은 오히려 방관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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