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국민의당 前 공동대표
촛불민심 거룩한 뜻 모아 정권교체 넘어 체제교체 이뤄야
합의제 민주주의 수립·재벌독점 폐기·냉전 극복 힘쓸것
중앙-지방정부 상설 협력회의 설치…지역균형발전 모색
호남 스스로 호남불가론서 깨어나야 개혁정권 창출 가능
대담·정리=김진수 서울취재본부장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오랫동안 소외되고 차별 받아온 호남출신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을 철폐해서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 최적임자다”며 “국민혁명의 힘으로 낡은 기득권 체제를 철폐하고 상생과 연대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 전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의 열정과 책임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 호남을 비롯한 전국의 개혁세력이 한데 뭉쳐 개혁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올바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을 들러리로만 인식하는 패권주의부터 불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 추진과 관련해서 천 전 대표는 “개헌을 통해 소수세력도 최소한의 몫을 얻을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의 정치, 다당제에 기초한 합의제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위성을 들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국민들이 ‘헬조선’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사는 세상, 금수저·흙수저 따로 없는 차별 없는 세상 함께 잘 사는 상생의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함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약육강식·승자독식의 불공정한 세상이 돼 있다. 박근혜와 그 측근들, 새누리당과 재벌을 포함하는 극소수 기득권 세력들은 권력남용, 부패비리, 정경유착 등 부정한 수단까지 불사하며 부와 권력을 독점·독식하면서 대다수 국민들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돈과 권력이 많은 지역이 패권을 누리며 다른 지역을 소외시키고 있다. 이러한 약육강식·승자독식의 낡은 기득권 체제를 깨끗이 청소해 상생과 연대의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것이 역사적·시대적 과제다. 저는 김대중 총재의 부름을 받고 정치에 입문한 뒤 20여년간 한결같이 개혁정치의 외길을 걸어 왔다. 재작년 4월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패권주의와 맞섰던 것처럼 새로운 길을 여는 곳에는 언제나 자신을 던지고 나선 저 천정배가 있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이 과정에서 풍부한 국정경험과 경륜을 쌓았으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개혁비전과 정책도 준비해 놓고 있다. 저는 공직수행 기간 동안 어떠한 부패나 불법에도 연루된 바 없다. 국회의원이나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이 제게 위임해 주신 권한을 추호도 남용하지 않고 늘 원칙을 굳게 지키며 모든 국민을 공정한 자세로 대했다. 오직 국민의 뜻만을 받들어 저 자신을 버리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70년 묵은 낡은 기득권체제를 혁파하고 인간의 존엄을 최상의 목표로 삼는 새로운 체제를 수립해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몸과 마음을 던지겠다.
▲국민은 이제 주권자로서 당당히 자신들의 열망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천 전 공동대표께서 구상하고 있는 국정 철학을 제시해 달라.
-해방 이후 70년간 강고하게 유지된 수구·기득권 세력에 의한 독점·독식의 낡은 기득권 구조를 깨뜨리고 모든 계층·지역·세대가 평등한 기회와 혜택을 누리는 차별 없는 세상, 상생의 대동 세상을 열겠다. 법치주의의 기본을 세우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민생활의 기본적인 필요를 채우는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다. 첫째, 국민주권과 다양한 계층·지역의 참여를 보장하는 합의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겠다. 둘째, 재벌독점 체제를 폐기하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북돋으며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로 나아가겠다. 셋째, 우리 사회 각 부문의 권위주의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체제를 극복하고 민주·평화·화해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대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과 격변의 정치적 환경 변화,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경쟁 등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지금의 국민적 요구와 시대적 과제는 불공정하고 차별 투성이인 낡은 세상과 체제를 말끔히 청소하고 인간의 존엄을 최상의 가치로 삼고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서는 차별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제가 이러한 요구와 과제에 부응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또한 저는 개혁정치의 상수이자 중심인 호남의 열정을 이끌어내고 소외되고 낙후된 호남의 정당한 권익을 되찾을 유일한 주자이다. 지금 촛불혁명의 과정에서 새로운 상생의 세상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호남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기를 바라시는 주민들께서 저를 평가해 주시리라고 믿는다. 저는 강력한 개혁 노선을 걸으며 시대적 요청에 제 힘을 다해서 부응해 가겠다. 안철수 전 대표는 우리 정치의 귀중한 자산이다. 제가 가진 소신과 비전을 잘 살려가면서 그와 공정하게 경쟁하겠다.
▲싱크탱크 겸 지지모임의 이름이 자구구국(自救救國) 포럼으로 알고 있다.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는 의미라고 들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촛불민심이 곧 자구구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데, 촛불민심을 어떻게 정의하나.
-촛불에 담긴 민심은 인간을 억압해온 낡은 체제 전반에 대한 탄핵이며, 더 이상 특권 독점세력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저항이다. 국민혁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구하고 나아가 나라를 구했다. 37년 전 5·18때는 광주항쟁이 광주와 호남 밖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에 전두환 쿠데타 세력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전국이 광주가 돼 국민들 스스로가 위대한 주권자로서 그 힘을 보여줬고 승리했다. 소수 특권층이 독점 독식을 일삼던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누구나 소외받지 않고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국민혁명의 불길이 뜨거운 지금 정권교체를 넘어 체제교체를 이룩해야 한다. 정권을 바꾸는 데 머무르지 말고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내용을 쟁취해야할 역사적 사명이 주어져 있다. 정치적으로 합의제 민주주의 체제 수립, 경제영역은 재벌독점체제 폐기, 대외적으로는 냉전체제 극복 등이 과제이다.
▲호남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낙후되는 등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은 평등한 나라로 그 어느 지역도, 사람도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자치와 분권 확대를 통해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구현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치와 분권의 기반 구축, 지방재정 확충과 삶의 질 향상, 지역격차 해소와 지역균형발전 촉진, 무엇보다 지역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중앙정부와의 관계 역시 중앙정부-지방정부 상설 협력회의를 설치해 지방정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의무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국회의 지방재정분권특별위원회와 국회 개헌특위 내 지방분권 소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방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청년의 고용률을 높여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전북의 청년 고용률은34.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전남 34.7%, 광주 35.0%, 강원 36.0% 순으로 고용률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호남 3개 광역자치단체의 청년고용률이 전국에서 최악인 것이다. 또한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각 자치단체는 교육·양육·간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여성복지, 교육 등 사회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 제조업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업단지를 유치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예전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당이 호남당이란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호남 인물론이 지역주의를 자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지역패권주의에 희생돼 차별과 소외를 경험한 당사자들이야말로 지역차별은 물론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가장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장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다. 저는 호남 정치인으로서 이 나라를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없는 세상,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세상으로 만드는데 앞장서 헌신하겠다. 민주정부 10년은 호남민심이 창조해낸 빛나는 역사였다. 호남이 정치 상수였을 때에만 한국의 개혁이 가능했다. 호남은 개혁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영남후보에게 두 번이나 몰표를 던지며 스스로를 희생했다. 하지만 그들은 패권주의적 행태로 인해 정권교체를 이루지도 못하고, 호남에 호남후보 불가론의 굴레만을 덧씌웠다. 호남 스스로 호남불가론에서 깨어나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천 전 공동대표의 제안으로 국민의당은 즉각 개헌추진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이 시점에서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국민이 주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제도, 즉 국민발안, 국민투표,국민소환 같은 제도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둘째, 우리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사례에서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 무책임제의 폐해를 생생하게 보고 있다. 저는 이론상으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순수 내각제를 채택해 책임정치, 상생의 정치, 합의제민주주의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많은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과 지방정부에 대폭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헌은 발의한 후 최소한 두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현실적으로 대선 전 개헌을 하려면 탄핵 결정전에 완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3월 이전으로 예상된다면 대선전 개헌은 어렵다.
▲굳이 여론조사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올 대선에서 국민적 최대 관심은 경제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의 성장담론은 무엇인가.
-천정배 성장전략의 핵심은 특권경제를 끝장내고 정의로운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첫째, 낡은 정부주도·재벌중심 발전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 관치금융과 정부주도의 산업정책부터 그만 둬야 한다. 모피아 등 각종 ‘피아’를 척결하고 불필요한 정부산하기관을 정리해야 한다. 둘째, 시장경제에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 재벌 총수는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나 사면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마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겠다. 특히 재벌의 배임과 횡포를 막는 실효성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셋째, 양극화를 해소,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해 사회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하겠다. 국가 예산과 정책을 전면 재조정해 그 혜택이 하위 50%까지의 서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소득불평등지수(지니계수)개선율을 현재 10%선에서 5년 내에 미국 수준인 24%로 올리겠다.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서민과 중산층에게 모두 돌리는 것이야 말로 소비, 투자, 고용을 차례로 늘어나게 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묘약이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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