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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톡!톡!

[논평]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121석 짜리 개헌안, 실망스럽다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121석 짜리 개헌안,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권력구조 개헌안 내용이 나왔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121석 짜리 개헌안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제 개헌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 최소한의 장치인 국회의 총리 추천도 받지 않으면서 무슨 권한을 조정하고 어떻게 개헌을 하겠다는 말인가? 


청와대는 국회의 총리 추천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중권력상태를 낳는다고 말한다. 지금은 다른가? 현행 제도에서도 총리는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야 한다. 아니면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자기 입맛대로 총리를 고를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임명동의 하는 것을 순서만 바꿔서, 현행 헌법에서도 요청하고 있는 책임총리제를 실질화하자는 것인데 그조차도 양보 못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의 개헌안대로 국회의 총리 추천권 조차 없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대통령과 총리 권력의 이원화로 인한 혼란만 부를 것이다. 애초 총리 추천권을 제안했던 취지인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 '균형'이라는 열매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말로만 개헌이 되는 것이 아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든 토지공개념이든 선거의 비례성 원칙이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이다. 그러나 개헌안 어디서도 실제 구슬을 꿰려는 실은 찾아볼 수가 없다. 국회 3분의2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다시 말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상당수를 찬성으로 이끌지 않으면 대통령 발의를 백번 해도 안 된다.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가, 될 개헌도 안 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될 개헌은 안 되게 하고, 되지도 않을 대통령 개헌안은 될 것처럼 발표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렇게 개헌의 호기를 허비하고 말겠다는 것인지, 지난 이틀간 대통령 개헌안 내용에 박수를 보냈던 국민의 기대가 무색하다.  

 

정부여당의 진정성 결여는 지난 며칠간 자행된 선거구 쪼개기에서도 드러났다. 입으로는 지방분권 개헌을 외치면서 집권당은 지방선거 공직선거법 개정과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담합해 잇속을 챙겼다.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구제 개혁을 거부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참여 통로인 4인 선거구제를 말살하는 정치개악을 저질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밟는 지방분권도 있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를 유보하고 실제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26일 대통령 발의가 이뤄지면 정쟁만 격화할 뿐 개헌은 물 건너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헌 뿐 아니라 다른 개혁과제들마저도, 거짓된 개헌 논쟁에 모조리 휩쓸려 실종될 것이다. 청와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고집을 그만 꺾으라.



2018년 3월 22일 

민주평화당 헌법개정및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천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