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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명박씨

부끄러운 명박씨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저에게도 외국인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변호사도 있고 정치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계 각지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그 친구들이 저에게 가장 큰 칭찬과 축하를 건넸던 일은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도 법무부장관이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고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 동안 놀라운 인권신장을 이룩한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차기 회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은 절로 어깨를 으쓱거리게 만드는 낭보였습니다. 이명박씨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는 이명박씨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혹시라도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만나서 뭐라 말해야할 지 난감한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이 축소되고, 안경환 위원장이 임기도 못 채운 채 사임을 하고, 인권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하는 분이 후임 위원장으로 내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ICC 회장국이 되면 친구들 앞에서 한 번 폼 나게 뻐겨 보려했던 계획도 거의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대한민국이 다시 세월을 거슬러 인권후진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인권보장의 후퇴 못지않게 부끄러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이명박씨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해외에서 쏟아 놓은 일련의 발언들을 들으면 정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입니다. 본인 스스로 ‘근거’가 없다고 밝힌 대북지원금 핵개발 전용 발언, 한EU FTA의 ‘일방적인’ 타결 선언, 에릭슨의 15억불 한국 투자 발언까지 ‘뻥튀기’에 ‘허풍’ 만발입니다. 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해외의 유수한 언론들 앞에서 ‘허풍’으로 일관한다면 도대체 세계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정말 ‘부끄러운 명박씨’입니다.

 

이명박씨와 대한민국이 더 이상 세계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무리한 이벤트와 치적 쌓기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작년 촛불집회와 올해 조문민란을 통해 그렇게 호되게 비판을 받았으면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됐습니다. 뱉은 말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기를 간곡히 요구합니다.

 

한 가지만 더 요구합시다.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은 당장 철회하십시오. ‘인권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분이 어떻게 대한민국 인권의 호민관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정말 좋은 학자라면 그분에게 어울리는 더 적당한 자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장이 되기에는 적절한 인사가 아닙니다.

 

장맛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국회 내 여야의 대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문방위 회의실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