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포커스-'호남정치 부활' 주창 무소속 천정배 의원
입력시간 : 2015. 05.20. 00:00
"호남이 야권과 나라 살리는 일 선도적으로 나설 때"
- '호남'만 나오면 진보·보수 모두 지역주의로 매도했다.
- 소외되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호남의 현실을 알면서도 진보 세력들조차 언급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을 보면 서글프고 분노하게 된다.
- 호남에는 자기를 희생하며 민주주의와 개혁을 이루려는 호남 정신이 있다.
- 최근 여러 과정은 안주하고 무기력해 진 야권에 대한 호남의 회초리다.
-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야권과 나라의 새 미래를 열자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4·29보선 광주서을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무등일보는 천 의원을 19일 오전 의원회관과 국회 잔디광장에서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담 = 김대원 서울취재본부장
- 제1야당 '자중지란'의 근본원인에 대해선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비주류의 '총선공천권 다툼'이라는 서로 다른 시각이 혼재한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정당이고 또 현재 무소속 신분이라 오히려 객관적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현이 다를지는 몰라도 같은 뜻이라고 본다. 어떻든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싸움이다. 여전히 계파 패거리 기득권 구조 속에서 사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이런 문제의 책임에서 소위 계파로서의 친노가 더 큰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비노도 자유로울 수 없다. 두 가지 핵심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약 200여명의 계파 패거리 기득권 정치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저는 중요한 권한을 당내 기득권자들에게서 회수해 풀뿌리 당원들에게 돌려 드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해 왔다. 만약 또 한 계파가 밀려나고 다른 계파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더욱 실망스럽고 가망이 없는 것이라고 본다.
- 풀뿌리 당원들에게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맞는 얘기이나 현실적으론 현역 위원장들의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권리당원이 늘어나면 지역위원장의 전횡이 어려워진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전략공천' 등을 해야할 곳도 있다. 그리고 심사기구를 객관하하고 심사를 엄격히 해야한다. 이번에 조 국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분은 예외없이 잘라야 한다.
- 현재 범야권에선 '친노세력'을 배제한 신당을 주장하는 분들이 존재한다. 그런가하면 친노세력도 야권의 주요한 자원이며, 따라서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전제로 대통합을 강조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상 야권개편 논쟁의 핵심 중 하나인데, 야권개편의 한 축인 천 의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세력 중심적 그리고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수권세력을 만들 수 없다. 기존의 세력이나 계파를 떠나 가치와 비전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동의하는 참신하고 유능하고 개혁적인 사람들,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우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세력 간 정치공학적인 이합집단은 또다시 계파 패거리 기득권 정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 새정치연합 내부 갈등이 '호남 대 친노'의 대립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적확하지 않은 관측이며 내후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갈등을 즐기는 일부 보수언론에 의해 네이밍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수언론이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저는 이번 선거 과정과 이후를 경험하면서 ‘호남’에 대한 터부 같은 것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심각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호남'만 나오면 진보와 보수가 다 들고 일어나서 지역주의로 매도했다. 비극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균등한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호남의 현실을 알면서도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들조차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을 보면 서글프고 분노하게 된다. 호남에는 자기를 희생하며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개혁을 이루려는 호남 정신이 있다.
최근 여러 과정은 근본적으로 기득권에 안주하고 무기력해 진 야권에 대한 호남의 회초리다. 야권과 호남을 살리려는 호남의 절박함이다. 꼭 어떤 세력을 상대로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야권과 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자는 것이다. 지금은 호남이 야권과 나라를 살리는 일에 선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평민당 창당이래 일관되게 고수해온 정책은 지역고립 타파와 전국정당화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이 왕왕 호남이라는 지역적 '외피'를 쓰고 나오는 것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오히려 '호남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차별 및 소외 해결'과 '고립 해소' 사이의 균형점을 잡기가 쉬운 문제는 아니며 천 의원도 평소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봤을텐데, 바람직한 방안은 무얼까.
▲호남에 머무르거나 호남만의 기득권을 만들려고 하거나 호남의 패권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걱정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아니라 호남의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고 호남정신이라는 전국적이고 역사적인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어떤 악의적인 매도가 있더라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저는 자구구국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 비전과 정치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호남발전의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호남의 많은 인재들과 여러 자원들을 모두 동원한다면 현실적이고 웅대한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정치적 힘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득권에 안주하고 무기력한 호남정치로는 안 된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호남의 정당한 이익을 대변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호남정치 부활이 중요하다.
-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총 3단계를 생각하고 있고, 1단계는 이번 4·29재보선이었다. 1단계를 성공했으니 2단계인 내년 총선에서 뉴DJ들을 모아 국가비전과 지역발전비전을 제시하며 광주 전역에 내보내는 등 야권 재편을 시도할 것이다. 그 다음이 3단계, 즉 대선인데 이때 정권교체는 물론 비전을 갖춘 정부를 세우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국가적으로는 법, 제도적인 체제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선거 때 새로운 ‘지역평등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은 말로만 해서는 달성되지 않는다. 지역평등을 국정의 핵심 철학과 목표로 삼고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역평등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선 문재인 대표 등 소위 친노세력이 호남과 호남정치인들을 소외시켜 왔다는 불만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 같은 정서의 역사적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호남 정치인들 책임도 못지않다고 본다. 어떤 계파가 아니라 호남의 정치인으로서 호남문제는 물론 개혁적이고 국가적인 문제를 주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저는 열린우리당 분당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특히 천 의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 창당은 처음에 제가 구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측면도 있다. 저는 당내외 민주세력을 모두 통합한 신당을 생각했으나, 부산 친노세력은 총선전략으로써 호남당인 소수 '민주당'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알았다. 그러나 당시 분당사태에 제 책임도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겠다. 돌아보면 후회된다.
- 내년 총선에서 광주를 중심으로 '뉴DJ'를 발굴, 내세울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경쟁을 통한 호남정치의 개혁과 변화'는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수긍했다. '뉴DJ'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인가.
▲뉴DJ는 능력있고 개혁적인, 무엇보다도 시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참신성을 겸비한 사람을 말한다.
- 호남지역 현역 의원 중에도 '뉴DJ'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있다면 총선 전 영입할 의향은 있는가.
▲호남 정치인 중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누구를 영입하고 할 입장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고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유동성이 커가는 상황이다. 야권 개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경우, 이 흐름에 결합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여러 구상이 있지만 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다. 여러 분들과 더 많은 얘기가 필요하고 또 민심도 잘 듣고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서울=김대원기자 zmd@chol.com
출처 - http://www.honam.co.kr/read.php3?aid=1432047600467386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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