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 특별 기고-15.8.27 영남일보]
두 도시 이야기
대구·경북은 한국독립운동의 성지(聖地)라 할 만큼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이다. 석주 이상룡, 심산 김창숙, 일송 김동삼.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분들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의 모델로 삼았다는 남자현 지사도 이 고장 안동 분이다. 특히 대구는 1907년 벌어진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도시다. 담배를 끊고 비녀와 가락지를 팔아서 나라 빚을 갚자는 경제자립운동의 발상지다.
경제자립운동의 도시 대구의 경제가 어렵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다. 1인당 지역총소득을 살펴도 14위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이 대부분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인가.
대구와 필자의 지역구인 광주(서구을)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고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자부심은 두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일당독재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동안 대구와 광주는 특정 정당의 간판이면 말뚝을 꽂아도 당선되는 도시였다. 국회의원들은 의당 지역 유권자보다 중앙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지역의 민생을 챙기는 것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도시의 민생이 나아질 리 없다. 여러 정당이 민심을 놓고 경쟁했던 대전과 충남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전한 것과 대조된다. 충남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울산에 이어 전국 2위다. “정치활동에 경쟁이 없으면 국민이 무력해진다”는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의 경고와 정확히 일치한다.
필자는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호남정치의 부활을 주장했다. 지역정치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호남 정치가 경쟁이 살아있는 역동적 정치로 바뀌어야 호남도 발전하고 한국정치도 바뀐다는 뜻이다. 광주는 달라졌다. 광주 시민들은 광주 정치에서 더 이상 수의계약은 안 된다, 우리도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구도 변해야 한다. 대구에서 특정 정당의 일당지배를 끝내고 정치적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대구가 발전한다. 얼마 전 김부겸 전 의원도 인터넷에 글을 올려 대구정치의 부활을 역설했다. 옳은 말이다. 대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구정치의 역동성이 살아나야 한다. 대구 시민들이 표만 주고 권리는 찾지 못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대구와 광주의 ‘달빛연대’를 구상해 본다. 달구벌의 ‘달’과 빛고을의 ‘빛’을 합친 말이다.
두 가지 과제를 함께 나눌 수 있다. 먼저 수도권에 비해 현격히 뒤처진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지역평등의 실현이다. 구체적으로 지역교부 예산을 통합하고 세제를 바로잡아 120조원을 확보한 후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지역교부예산 총량쿼터제를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 이를 위해 대구와 광주의 정치인들이 ‘지역평등특별법’을 함께 발의하는 것이다. 나아가 대구와 광주의 시민들이 각각 지역의 일당지배체제를 극복하고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주고 지혜를 나누는 일이다. 두 도시를 살리고, 한국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