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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 기고] 국민의당이 나아갈 길

[광주매일신문 기고] 

국민의당이 나아갈 길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40여 일이 지났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보면 대선패배의 아픔을 채 추스르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호는 정권교체 이후 여소야대 다당제 체제에서 열심히 항해하고 있다. 새 내각에 대한 청문절차가 진행되면서 일부 삐걱거리고 있긴 하지만, 국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부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옅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반성을 토대로 앞으로 당의 진로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체성 있는 야당으로서 정권을 올바르게 견제하면서 당 세력의 중심인 호남발전을 위한 역할을 모색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당의 태생적 근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긋지긋한 양당기득권 구조를 깨고, 호남에서의 일당독점체제로 인한 패권주의 등 폐해를 불식시키라는 주민들의 열망이 모아져 탄생한 것이 국민의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신생정당에게 정당득표율 2위라는 눈부신 성적표를 쥐어 준 것도 경쟁 속에 새 정치를 하라는 이런 열망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의 입장에서는 무려 몇 십 년 만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중에서 후보를 고르고, 대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중 ‘선택’을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었다. 
 
새 정부가 우리 호남에 국무총리를 비롯 장차관들을 많이 배려했는데, 국민의당의 존재가 없었어도 과연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두 개 이상의 정당이 경쟁해야 발전이 있고, 몇몇 사례만 봐도 국민의당이 앞으로 굳건히 나아가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은 국정운영 안정감과 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등 한계를 노출하며 대통령선거 패배, 지지율 하락 등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체성, 응집력, 비전제시 부족 등 국민들의 질타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가. 우선 수권정당으로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원칙과 기준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자임한다거나 줄타기의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개혁’이 돼야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사로잡히거나 기계적 ‘중도’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개혁은 국민주권보장, 인권신장, 민생안정, 국민안전보장, 지역균형발전, 지속가능한 성장, 평화추구다. 이를 위한 정치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이 당이 추구해야 할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호남에서의 지지회복도 다른 곳에 있지 않다. 호남은 조선시대 의병활동에서 동학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국난을 극복하고 개혁을 이루려는 열망을 몸소 실천해 온 곳이다. 호남의 정신이 개혁이고 개혁이 호남의 정체성인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정권보다도 더 개혁적이어야 하며, 재벌개혁을 비롯한 여러 아젠다를 강력히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민의당의 행태적 변화가 요구된다. 지난 대선에서 시간이나 조직 등 상대적으로 부족한 당세로 인해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해 생활 속에서나, 눈앞에서 국민의당을 만날 수가 없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치열한 노력으로 한 발 더 움직이고 더 낮은 자세로 더 깊숙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와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마크롱 신당 압승 등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듯 젊은 지도자들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고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국민의 정당으로 우뚝 서려면 당 내부의 소통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 ‘호남’ ‘비호남’을 가르거나 ‘더 개혁적’ ‘더 중도적’ 등 당내 노선이나 이념차이를 두고 서로 대립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이 정해지면 확고한 정체성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의당은 승자독식의 양당 기득권 정치를 뛰어넘어 상생과 협치의 정치,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열어갈 유일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기에는 호남을 비롯한 국민들의 애정 어린 비판과 지지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하루하루의 지지율과 SNS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낮지만 치열하게 국민 속으로 뿌리내리는 공당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