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를 떠올리는 건 비단 저 뿐만 아닐 것입니다. 컨트롤 타워도 없이 책임과 권한의 구분도 모호한 채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을 '탐욕'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듯이, 박근혜 정권을 정의할 한 마디는 '무능'이 되었습니다.
무능한 정권은 국민들의 삶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공식 실업율은 9.2%지만 체감실업율은 21.8%나 됩니다.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로 구성된 불완전 노동인구가 전체 취업인구의 63.5%인 1,820만 명입니다.
전셋값은 박근혜 정부들어 매월 평균 270만 원씩 올랐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76만 원의 거의 4배고, 이명박 정부 때 136만원의 두배입니다. 가계부채도 150조 원이 증가해 1,100조 원에 육박합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수출도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시녀가 되었고, 언론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보는 현실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드러내고 이를 공론의 장에서 해소해야 할 정치의 역할은 실종되었습니다. 이번 국회법 개정 파동에서 보듯 심지어 여당마저 무시하는 청와대의 일방통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패배에 길들여진 야당은 야당다움을 잃고 기득권 나눠먹기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정권교체를 위한 어떤 비전과 책임 있는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의 한복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미래를 책임질 개혁정치세력 없이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습니다.
저는 새로운 개혁 정치세력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사회의 모든 기득권과 맞서는 정치입니다. 정치권을 과점하는 양대 기성 정당의 기득권, 신진인사의 진출을 가로막는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담합을 일삼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재벌기업 중심의 이권경제, 관료들의 기득권 카르텔인 관피아, 학벌중심의 교육기득권, 특정 지역의 패권주의 등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기득권과 싸우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정치입니다.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불평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불평등, 지역적 불평등 등 분야별로 나누어볼 수 있고, 기회의 불평등, 과정의 불평등, 결과의 불평등 등 영역별로 나누어 볼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개혁정치란 곧 모든 불평등의 해소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남북 화해,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실천하는 정치입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 박근혜 정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북 화해와 동북아 평화는 우리의 국운이 달린 문제입니다. 진영을 떠나서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지 않는 정치는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개혁정치 세력은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서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 동의와 신뢰를 얻어야 정권교체도 가능할 것이고, 성공적인 국정 운영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은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주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등의 정도를 명확히 드러내고 이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들은 거짓 갈등을 일으키고 이를 증폭시키는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양대 정당의 격렬한 대립도 자신들이 대변해야 할 사람들의 이익보다는 양대 정당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서적 갈등을 일으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야당은 자신들이 마땅히 대변해야 할 노동자, 농민, 비정규직, 중소상공인, 청년 세대 등 약자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야당의 지지기반이었고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된 호남지역조차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양대 정당이 단순다수제에 힘입어 정치권력을 독점하면서 다원화된 사회적 요구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대안정치세력은 존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양대 정당이 특정 지역과 진영에서 경쟁 상대 없는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점입니다. 유권자들을 두려워하거나 변화하고 쇄신해야 할 동기도 사라진 것입니다. 현상 유지만으로도 얼마든지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광주의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변하지 않는 야당에 회초리가 필요하고 호남에서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적지 않은 차이로 선거에 이긴 것은 광주 유권자들이 저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궐선거 이후 표면적으로라도 야당 안에서 혁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정당 간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정당개혁 방안이란 것이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는 호남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개혁적인 정치인이 나와서 새누리당의 일당체제에 균열을 내는 도전에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선거제도를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바꿔 양당체제를 다당체제 또는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하나 기득권을 누리는 기성정당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양대 정당이 정치권력과 원내권력을 분점하는 현재의 우리 정당체제 하에서는 갈등의 평화적 해결자로서 정당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단순다수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한 어려움과 야권분열이란 비판을 극복해야 하지만, 다원화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는 정당체제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당제를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정당 간 경쟁체제를 실현해야 할 필요성이 너무나 절실합니다. 박동천 교수의 말처럼,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케케묵은 도그마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억누르는 것은 군대 수준의 획일성과 같다는 지적에 저는 동의합니다.
국민의 이익을 정확히 대변하는 좋은 정당을 만들고, 이를 통해 기성 정당이 변화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우리 정당이 갈등의 평화적 해결자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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