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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톡!톡!

1980년5월27일 새벽 광주항쟁 최후의 결사항전을 기억하고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자

내일 5월27일 새벽 6시 광주최후항쟁지였던 구 도청 앞에서는 39년 전 바로 그 자리에서 산화하신 열사들의 제사를 모십니다. 광주정신을 숭모하는 많은 시민들께서 광주항쟁의 하이라이트였던 최후항쟁 열사들의 제사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은 전두환 학살집단이 시민들에게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5월18일부터 계엄군이 도청에 진입하여 그곳에서 결사항쟁하던 시민군을 살상하고 진압한 5월27일 새벽까지 열흘간 계속됐습니다. 계엄군은 그 전날부터 무자비한 유혈진압을 예고하며 도청에 모여있던 시민군의 해산을 요구했지만 시민군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계엄군과 끝까지 항전했고 마침내 스물한분의 열사들이 꽃다운 젊은 나이에 고귀한 생명을 민주제단에 바쳤습니다.

전남도청 안팎에서 산화하신 분 열여섯분, 김동수 김종연 문용동 문재학 민병대 박병규 박성용 박진홍 서호빈 안종필 염행렬 유동운 윤상원 이강수 이정연 홍순권님, 광주고 앞 총격전에서 산화한 양동선님, 그리고 광주역 등 계엄군의 이동경로에서 교전하다 산화한 네 분, 김성근 박용준 오세현 조행권님 입니다.

5.27 최후결사항쟁은 광주항쟁의 완성이자 '부활'입니다. 그들이 죽음을 불사하며 학살쿠데타집단에 굴복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광주정신이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전두환에게 항복했더라면 우리가 계승할 광주정신은 희미해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꽃피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그날 그 시간 그 곳에서 최후항쟁에서 살아남은 시민군들이 산화한 동료들의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저도 처음으로 참석해 분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제사는 다소 외롭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1980년 당시 최후결사항전에 참여했던 시민군들은 대부분 20대나 10대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면 특별히 부유하거나 학벌이 좋은 이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들은 항쟁 이후 구속되어 옥고를 치르고 석방된 이후에도 전두환 정권 등으로부터 혹독한 감시와 탄압을 받아야 했습니다.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고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60대나 그에 가까운 나이에 이른 이들 대부분은 평생을 고단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런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주머니를 털어 해마다 제수를 준비해 동료들의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참석하는 시민이나 지도층 인사도 거의 없고 정부나 시당국의 지원도 없는 듯합니다. 언론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성대하게 치르는 5.18 관련행사가 많은데 정작 광주항쟁의 절정이라고 할 최후결사항쟁의 순간은 너무도 평범하고 외롭게 지내버리고 있습니다.

이제 5.27 최후결사항전을 더 기억하고 그 역사적 의의를 기려야 하겠습니다. 민주시민들이 관심을 더 보이고 정부나 시당국도 5.18 기념행사의 일부로 넣어 적절히 지원해야 합니다. 우선 내일 새벽 6시 제사에 많은 시민들께서 동참해 주시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되살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