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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길거리 이야기

어느 살벌한(?) 뒤풀이 현장 밀착 취재_천정배의 민생포차

                          샤방샤방한 곰돌이. 뒤풀이 장소로 하기엔 굉장히 건전한 이곳, 민들레영토.

10월 13일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주룩주룩 오던 밤,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이 중단되고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명동에서 민생포차 뒤풀이가 열렸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원봉사를 했던 다섯 명의 자원봉사 멤버들과 천정배가 포차를 운영하며 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나누는데... 뒤풀이 장소는 소녀취향의 민들레영토. 민들레영토에서 맥주를 먹어보는게 처음인 이들.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뒤풀이를 엿보자.  
  
 


Episode 1.
공인으로 산다는 건




천정배: 공인으로 산다는 건 그려려니 순응이 되는 거 같죠? 모르겠어요. 별로 긴장도 안 하지만. 하여튼 그래도 피곤하긴 피곤하지. 다른데는 괜찮은데 집에서는 밑에 주차장에서 뭘 꺼내온다거나 그럴 때 귀찮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집사람도 고생이 크지. 일 하다가 밖에서 초인종이 울리면 옷을 갈아입고 사람을 맞는다는거 아니야. 그게 참 피곤한 일이지.

김진호: 아까도 술집 늦게 들어왔잖아요. 입구에서 어디 있는가 찾는데 종업원들이 저기 천정배 있다, 천정배 있다, 자기네들끼리 그러더라고요. 그 아줌마들이 얘기하는거 듣고 저쪽이구나 했습니다.


김연호(자유아빠): 그게 익숙하세요? 공인은 존칭이 안 붙고 자기이름 석자로 불리잖아요. 


천정배: 나는 원래 그런거에 대해서 큰 문제의식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게 그레이드도 있는 거 같아요. 이게 왠만한 초재선 의원이면 잘 몰라요. 그게 단계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동네 젊은 사람들이 있는 식당에 갔는데 젊은 20,30대 종업원들은 모르거든. 근데 원내대표를 하는 순간 정확히 모르더라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다라는 정도는 알아요. 심지어는 전에 이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 당신 KBS 앵커 아니냐고. 저녁 마다 아홉시 뉴스에 나왔거든. 오늘 아침에도 갔다 왔는데 민주연대 사무실에. 수염도 기르고 아준 멋있게 생긴 친구가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같이 엘리베이터 기다리다가 그 청년이 나더러 "탤런트 시죠?" 이러더라고? 다른 보통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생긴 사람이 말하니까 좋더라고요. 그래서 "당신은 누구요" 그러니까, 알고보니 성우더라고요. 회의 참석 해서 자랑했죠. 어떤 잘생긴 성우 친구가 나보도 탤런트냐고 그랬다고. 잘생겼다고 그러는 거 같다고 말이야.(웃음)


김연호(자유아빠): 그렇죠. 탤런트 중엔 이계인도 있잖아요. (웃음)


천정배: 지금은 그것도 그래. 지역구와 지역구 밖이 달라요. 옛날에는 욕심이 없으니까 국회의원 됐을 때도 다음에 국회의원 출마 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많이 배웠지. 지금이라면 그동안 십수년간 정치한 것이 전혀 달랐을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정치권에 와서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천정배의 트레이드 마크는 쇄신, 자기비판이었어요. 스스로 바꿔야된다고 주장했어요. 사실은 그걸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가 그 김대중 대통령 말기 쇄신 주장이 먹혀 들어가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때 우리가 쇄신이 없었더라면 노무현은 없지. 국민참여경선 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노무현이 당선 될 수 있었을까? 국민참여경선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게 천정배가 최고공신이고, 실제로 거기 특대위에서 계속 주장했던 사람도 천정배고, 사실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발굴 정도는 아니지만 힘을 실어준 거도 천정배고, 그런 점에서는 다 좋은 건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문제는 이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됐을 때, 천정배가 엄청난 실세를 얻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내 자신이 그런 책임감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야 될 거 같다는 것이죠.  노무현이 대통령 됐으니, 저런 훌륭한 분이 됐으니 잘 하실 거다. 나는 어디 뭐 좀 좋게 말하면 대통령 부담도 안 줘야되고. 그래서 만나지도 않았어요. 바쁘신 분 만나서 뭐하나 쓸데없이. 붙들고 만나서 뭐해. 그렇게만 생각하고 여태까지 쭉 왔고, 사실은 지금도 그래. 나는 안희정 이광재 이런 사람이 어떤 의미에서도 나와 동지인 거 같지가 않아요. 그 친구들이 나하고 뭐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거 같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을 비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를테면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가지고 정권을 만들었고, 그걸 가지고 한국의 역사,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한다는 역할의식이 있어야 할텐데 노무현 뽑아 놨으니까 잘하겠지 정도에서 못 나가고 있단 말이에요. 사실은 장관이라도 시켜주면 고맙지 라는 생각을 가진 게 사실이에요. 그런 정도지 내가 장관 시켜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나를 위해서건, 대의-공동체를 위해서건 여러 가지 생각하는데 친노세력과 어떤 형태로든 간에 노무현 세력 그런 사람들과 조율하고 협력해야하지 않겠어요. 좋은 군주가 생겼으니 산천에 가서 낚시도 하고 놀아도 아무 지장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김구가 독립하면 중앙청 문지기만 해도 좋겠다 그런 말을 했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도 훌륭한 사람이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것이지만 그것이 그런 게 아니고 이 권력이 진짜 역사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뭔가 제대로 성공적으로 가게 만드느냐에 대해서는 뭔가 엄청난 책임을 가져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개인적인 야심은 없고, 공적인 책임감은 강력하고 이것이 최선일텐데. 인간이라는 것이 그 구분이 잘 안돼요. 개인적인 욕심 있는 놈이 공동적인 욕심이 있는 것이고, 개인적인 욕심이 없는 놈은 공동체적인 욕심도 없는 거 같아. 인간이란 게 묘해서. 사실은 나한테 필요한 것은 좋은 의미의 욕심.


김연호(자유아빠): 사적인 욕심은 조금 채워넣든 상관 없는데. 유시민이 털어서 먼지 안 나오겠습니까? 노무현이 털어서 먼지 안 나오겠습니까? 천정배 의원님하고 이종걸 의원님은 털어서 먼지 안 나온 다는 거는 알고 있어요. 


천정배: 이종걸은 모르겠고, 천정배는 안 나겠지.


김연호(자유아빠): 우리가 그 공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나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요.


천정베: 원래 성미가 별로 그렇지 못 하는 스타일이야.


김연호(자유아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돼죠.


천정배: 세상일을 같다가 고대로 보고하고 있는데, 가치기준을 넣고 판단하면 안 되지요.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야. 앞으로 살겠다는 문제와 다른 문제. 그리고 말을 해두자면 내가 달라졌다고 해서 달라졌을 거 같지는 않아. 미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면. 지난! 천정배가 거기서 날 뛰어봤자 천정배는 죽었을 거야.


김연호(자유아빠): 지금은 칼 뽑으셨으니까 칼 뽑은 시점부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천정배: 여러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아요.


김연호(자유아빠): 왜 걱정을 안 합니까. 지금 민주당 혹은 야권 내에서 믿을만한 사람이 손가락에 뽑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합니까.


천정배: 나를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김연호(자유아빠): 자연인 천정배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공인 천정배를 걱정하는 겁니다. 개인의 몫이 아니라니까요. 칼을 뽑기 전에는 자연인 천정배로 인정을 해드리겠는데, 칼 뽑은 이상 공인 천정배이며 공적 자원이라니까요. 의원님 자체가. 

 
'민생포차를 운영하면서 조 팀장으로 불렸던 조찬현 씨. 본인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며 포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략하게 천정배에게 전했다.'  

조찬현: 저는 복잡한 생각 못해요. 이왕이면 10대부터 70대까지 포괄할 수 있는 융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연호가 진심으로. 그런 부분들 혹시 할 수 있을까없으면 빨리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보러 가야지. 드릴 말씀은 없고요 그 고민을 해야할 거 같아요.

 



Episode 2. 서생적 문제의식 + 상인적 현실감각






천정배: 좀 아까 그런 거란 말이에요. 변호사로 돈을 모았던 것이 더 옳았을지 몰라. 세상을 훨씬 더 현실적으로. 현실하고 타협한다는 것과 다른 겁니다. 이를 테면 이런 거지. 김대중 대통령 말을 이용해 표현하자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 입니다. 천정배는 원래부터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인데, 상인적 현실 감각은 아예 외면한 채 살았고 그것을 넘어서 경멸까지 해왔지. 이제는 상인적 현실감각을 더 붙여야 될 거 같아요.

 


김연호(자유아빠): 천 의원님은 한번도 감각적, 감정적으로 해오지 않았죠.


김 특보: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지.


천정배: 생긴대로만 놀았지 현실을 전진시킬 만한 방법을 못 가진 거지.

김 특보:
아까 욕심의 문제에 대해선 이런 거죠. 욕심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가져야 하는 겁니다. 권력이 자유아빠 말에 의하면 공공의 이익과 민족의 장래와 같은 이런 거창한 것에 있어서 꼭 가져야 되겠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좋은 권력이 되는 것이고, 욕심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쉽게 말하면 내가 권력을 잡아서 자유아빠한테 인터넷방송국 사장 시켜 주는 거죠. 권력을 그렇게 사유화 한다면 그건 '사리사욕'이 되는 거지. 의원님 본인께서는 대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사리사욕을 위해선 쓰지 않으실 거다 라는 말씀이십니다. 의원님이 꿈을 꾸셨으니까 상인의 냉철한 지혜를 가지고 만들어가야죠.



Episode 3. 민생포차, '봉사활동' 아닌 '운동'이었다
 




김연호(자유아빠): 죄송합니다만 여기까지 왔으니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고작 17일 가지고(천정배의 민생포차 전국투어에 대해) 의원님한테 수고했다는 그런 말씀 들으려고 온 거 아닙니다. 제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촛불로서 활동한 것 절반 가까이가 천막생활이었습니다. 저는 민생포차 떠날 때부터 봉사활동하러 가는 게 아니라 운동하러 가는 거였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운동하러 가는 겁니다. 갔다 와서도 저는 운동하러 간 거니까 평가를 해야합니다. 뒤풀이가 아니라 평가해야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사실 평가를 할 자리는 아닌거 같아요.


천정배: 그래요. 다시한번 정식 평가합시다.

김연호(자유아빠): 여기다 벌써 문서로 작성해놨어요.


김연호(자유아빠): 운동을 늦게 시작하다보니 낼모레 마흔인데, 늦게 시작하니 강박관념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있어서 내 거를 어느정도 포기하느냐가 갈림길에 서는 주요문제잖아요. 전 그런게 없었어요. 늘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 내 것이 뭐가 남아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내것이 있는 건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포기하는 상황까지 가요. 그게 아까 의원님이 말씀 하신 냉철함을 잃어버린건지 뭔진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빡빡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는 말씀입니다.


천정배: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천정배의 강점은 자기 쇄신이다. 김대중 정권은 천정배가 앞장 서서 노무현 대통령 때 정권재창출이 됐어요.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쇄신을 하자 하다가 결국 노무현 정권 재창출 못 했어. 제가 어디서 한번 이것을 1승 1패했다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다시금 이 판을 뒤집으려면 자기쇄신이 필요합니다. 사람이란게 안 변해요. 정치인이고 뭐고 간에 그 사람의 기본적 기질이 안 변하는 거 같아요. 쇄신 주장하는 사람은 쇄신을 계속해서 주장합니다. 어떤상황이 와도 말입니다. 제가 요즘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낍니다. 외로워요. 그러나 아까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가는 쇄신은 이노베이트 했지요. 그것은 어쨌든 외롭지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패자가 되니까 외로운 것입니다.  
    

                              저 큰 눈의 젖소가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답니다.
                                                 따스운 차로 일단 마음을 훈훈히 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