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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에서본 천정배

[2008년 8월 6일 미디어오늘] "초법적 방송장악, 국민심판 경고"

하루 전 감사원이 KBS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를 결정하고, KBS 이사회 개최를 이틀 앞둔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공영방송 KBS 사수 목소리를 높이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이날 민주당 주관으로 열린 '공영방송 사수 및 방송장악 규탄 촛불문화제'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일반 시민 등 1000여 명이 모여 전날 감사원의 KBS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 결정 등 정부의 KBS 정 사장 해임 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언론자유 3등, 4등 전락하게 생겼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무대 발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장악' 음모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비판하며, "이 정부의 역사 되돌리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국제기자연맹의 5일 성명을 언급하며 "국제적으로 1등급으로 인정받던 언론의 자유가 3등, 4등으로 전락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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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민주당이 주관한 '공영방송 사수 및 방송장악 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정세균 당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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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의 성유보 상임위원장이 인사말을 읽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세계100여개 국 60만 명의 언론인이 가입해 있는 국제기자연맹(IFJ)은 5일 "정부의 압력으로 한국방송 사장이 임기 중 물러나고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텔레비전 프로그램(피디수첩)에도 정부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한국 언론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압력을 비난하는 항의 성명을 내놨다.

 

"정부, 초법적 수단 동원 방송 장악"

 

규탄발언에 나선천정배민주당 언론탄압저지위원회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모든 국가 권력기구와 초법적 수단을 동원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며 전날 감사원의 해임요구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특히 "KBS와 검찰,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의 공통점은 바로 정치적으로 독립이 유지되고 중립성을 유지해야 살 기관"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언론 뿐 아니라 검찰이나 감사원, 방통위까지 정권의 시녀로 만들어버렸다"고 규탄했다.

 

감사원이 KBS 사장에 대해 해임 요구를 한데 대해 천 위원장은 "명백히 불법이고 무효"라며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명백한 표적감사이자 보수단체의 감사청구에 감사원이 번개 불에 콩볶듯 한 달여 만에 해임을 요구한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의 결정 근거도 내용적으로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표적감사에도 불구하고 개인비리는 나온 것이 하나 없고, 공영방송에 일반 민간 기업의 논리를 들이대며 경영부실을 탓하고만 있다. 결국 정 사장 해임의 '현저한 비위'가 있다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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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정배 의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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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경기 지역에서 모인 천여명의 민주당원들과 시민들이 방송독립수호!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통령,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다면 탄핵사유"

 

천 위원장은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현행법에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없으니 만일 이 대통령이 해임을 한다면 이는 명백히 법률을 위반한 것이고, 이는 헌법상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며 "이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장세환 의원은 '경과보고'를 하며 "인수위 시절 언론사찰부터 시작해 이명박 대통령이 가히 5공 시절 전두환도 흉내내지 못할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사단의 총감독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조감독"이라며 "이들이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뒤에서 종용하고 법에도 없는 대통령 해임권을 큰소리 치며 언론 자유 수호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전 의원도 연단에 올라 민주당 의원들이 장외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을 독려했다. 그는 "박근혜가 사학법 가지고 1년 장외 투쟁했다"며 "우리도 장외로 나가주십시오. 우리는 살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그는 시민들과 함께 "공영방송~ KBS~ 건들지마~ 국민의 것~"이라고 구호를 함께 했다. 

 

"1당 독재 시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언론단체 대표자들도 연단에 올라 '언론 장악' 저지 의사를 밝혔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다면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이후 상황은 KBS2를 분리해 대기업에 넘기고, MBC 민영화, 국가기간방송법 통과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면 잘못된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게 된다. 이런 1당 독재 시도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승동 KBS PD연합회 회장은 시민들에게 "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있는 여러분이 KBS인들에게는 감동"이라며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KBS 구성원들이 온몸으로 일어나서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시민들도 "힘내라. 힘"이라고 화답했다.

 

박성제 MBC 노조 위원장도 "이명박 정부가 감옥으로 (우릴)끌고 들어갈 때 MBC 주위에서 국회에서 (우리를)응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발언이 끝나자 "사랑해요. MBC"라며 손짓을 했다.

 

"YTN 징계 한 명이라도 하면 더 이상 취재 못해"

 

현덕수 전 YTN 노조위원장은 '방송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한 주간 YTN 노조가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새로운 투쟁을 하기 위한 선거가 오늘부터 시작"이라며 "징계를 한 명이라도 당하면 YTN은 취재를 않겠다. 방송 안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인들의 발언이 끝나자 포털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카페지기 한서정씨가 연대발언에 나섰다. 그는 "어제 카페 회원 20여 명이 출국금지를 당했고 카페 회원 한 사람은 가택 압수수색 당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네티즌 탄압'을 규탄했다. 한씨는 언소주 까페를 이달 말 언론 NGO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조중동 폐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주관하는 촛불 문화제는 밤 9시께 1부 행사가 마무리됐다. 2부는 5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주관으로 문화제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4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1부 행사가 마무리되면서 KBS 동문까지 행진을 이어갔고 2부 행사에 합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