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방통위 항의 방문... 천정배 "방통위원장 말고 국정원장 하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정연주 KBS 사장의 진퇴 문제와 관련해 "취임 직후 김금수 KBS이사장을 만나 '정권이 바뀌었으니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6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인천정배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방통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송통신위원장과 KBS 이사장이 만났으니 정 사장 진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발령받자마자 대학동기로 친구인 김 이사장을 만났으며, '(정 사장을) 나가라 들어가라'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그가 직접 퇴진 압박을 가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언론계와 국회 질의 등에서 최 위원장이 김 전 이사장에게 정 사장 퇴진 압력을 넣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것이 본인의 입으로 확인된 것이다.
"'정권 바뀌면 재신임'은 법 위반"-"상황에 따라 다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2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최 위원장이 취임 다음 날인 3월 27일 김 전 이사장을 만나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김 전 이사장이 'KBS 이사회는 면직권한이 없다'고 거절하자, 5월 3일 다시 강남호텔에서 만나 재차 요구했으며, 이어 5월 12일 종로 구세군 근처 음식점에서 '정 사장의 즉시 퇴진이 아닌 것은 이명박 정권의 항복 또는 굴복으로 본다'고 압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면담자리에서 김재윤 의원은 최 위원장의 이같은 '확인'에 대해 "정권 바뀌면 언론관련 단체장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임기를 보장해 놓은 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어떤 정권이 와도 방송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개입을 막아야 하는 것이 방통위원장의 임무인데 오히려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언론이 정권과 관계없이 유지돼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정치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서 "KBS가 불편부당하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BBC는 정권바뀌어도 사장 진퇴 문제 안 나온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정권 퇴진 때마다 (KBS사장 진퇴 문제)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이 단절시켜야 할 때이고, 그 노력을 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정연주는 내쫓고 나서 그 다음부터 그렇게 (단절)시키겠다는 것이냐"고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김재균 의원이 "(이명박 대선후보캠프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전 KBS 이사가 KBS 사장을, 이재웅 전 의원이 EBS 사장을 맡는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최 위원장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뽑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언론 장악? 대통령도 그럴 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에 대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하락은 정연주 때문' 발언, 국무회의에 참석해 촛불시위 홍보대책 논의, 이른바 '6인회의' 멤버로 시국대책 논의,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 참여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한 방통위법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최문순 의원은 "언론인들의 감옥행, 해고, 징계 등의 결과로 어렵게 쌓아온 방송의 독립성이 최 위원장의 취임 이후 한꺼번에 무너졌다"면서 "검찰, 국세청, 감사원이 조직적으로 언론 탄압을 하고 있고, 그 중심에 최 위원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방송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지만, 내게 그럴 힘이 있느냐, 대통령도 그런 힘은 없다. 또 그런 시대도 아니"라며 "언론자유에 앞장서 투쟁해온 사람으로서 언론에 압력 들어오면 분개해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기자 시절인) 60년대 80년대까지 3김에게 때로는 협조자였고 때로는 고언자였다. 몸으로 민주화를 위한 시대에 저도 한몫했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정연주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검찰의 강제구인 암시, 감사원 해임 건의, MBC '피디수첩' 수사 등의 현안에 대한 방통위원장으로서 입장 발표 요구에 대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방통위원장으로서 감놔라 배놔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해서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더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천정배"언론탄압이 이 정권 무덤파게 될 것"..."천 의원 모습 기억하겠다"
이날 면담에서는 전 정권 초기 실세였던 천정배 의원과 현 정권 실세인 최 위원장 사이에 불꽃튀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첫 발언자였던 천 의원은 최 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는 초면이지만, 언론과 지인을 통해 많은 말씀을 들었다"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한 연출자가 중요한데, 최 위원장이 이 정부를 탄생시킨 최고의 감독, 연출자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장, 총리, 대통령실장 등 이 정부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고 이런 자리를 맡았으면 국민들은 이의가 없었을 것인데, 왜 하필 방송 독립을 지켜야할 '독립규제위원회'인 방통위원장이냐"며 "국회가 열리기 전에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저도 천 의원에 대한 말씀 많이 들었고 뵙고 싶었다"면서 "왜 하필 방통위원장이었는지는 저도 모른다. 자리에 욕심내지 않지만, 맡은 일은 열심히 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천 의원은 면담 마무리 발언에서도 "처음 뵙지만 정권을 출범시킨 연출가로서의 풍모를 여실히 보여주셨다"면서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겠냐고 했는데 겸양의 말씀으로 듣겠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어 "누가 뭐래도 이 정권 실세가 맞는 것 같은데, 내가 보니 실세는 외국에 나가 있어도 감옥에 가 있어도 실세더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계속해서 "정권의 실세로서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KBS 사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저도 이해한다"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방통위원장이 아니라 국정원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위원장의 선의나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권의 방송 장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 때문에 이 정권이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 의원은 다시"(국회 상임위를) 문화관광위원회를 지원했다. 국회에서 만나기 전에 물러나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언론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조용하지만 아프게 질타하는 천 의원의 모습을 기억하겠다"고 받았다.
'자료실 > 언론에서본 천정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 8월 6일 미디어오늘] "초법적 방송장악, 국민심판 경고" (0) | 2008.08.07 |
---|---|
[2008년 8월 6일 한국기자협회] 천정배, “정연주 사장 해임하면 ‘방송 쿠데타’” (0) | 2008.08.07 |
[2008년 8월 6일 경향신문] 정부 ‘방송 장악’ 본격화 (0) | 2008.08.06 |
[2008년 8월 6일 미디어오늘] 천정배 "청와대 총 지휘, 정연주 퇴진 시나리오” (0) | 2008.08.06 |
[2008년 8월 5일 미디어오늘] 야권, KBS 정연주 사수 '제2촛불집회' (0) | 2008.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