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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장악저지

[2009년 2월 4일 미디어스] 미디어공공성포럼, KISDI 리포트 문제점 지적

"언론관계법=경제 살리기 법’은 허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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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언론관계법에 대해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이를 뒷받침한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리포트에 담긴 내용 상당수가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언론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적 측면만 강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그동안 정부·여당이 일관되게 강조했던 “경제 살리기 법안” 주장이 허구였음이 증명됐다.

 

미디어공공성포럼은 4일 오후 2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서‘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대한 논의’토론을 열어, 지난 19일 KISDI가 발표한 ‘방송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리포트에 담긴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달 19일 발표한 이슈리포트에서 “최근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에 의한 규제완화는 신규사업자 진입과 추가자본 유입으로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방송콘텐츠의 품질을 제고할 것”이라며 “방송법 개정과 방송규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조9천억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천명 수준에 달할 것이다. 보수적으로 예측할 경우에는 생산유발효과가 1조7천억원, 취업유발효과는 1만2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ISDI는 “본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KISDI의 예측은 미디어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공식에 따라 산출함으로써 예측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규제 완화로 방송시장의 매출액이 증가하더라도 고용 창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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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종대 동의대 교수. ⓒ송선영 
 

◇ 낮은 유료방송 수신료

 

“우리나라 유선방송 ARPU(가입자당 월 평균 매출액)는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06년 기준 미국이 38달러, 일본이 37달러인 것에 반해 한국은 6달러에 불과하며, 유럽 주요국도 대부분 20달러 이상이다. 방송시장 규제완화는 고품질 방송 콘텐츠 제공을 촉진해 시청자 지불 의사를 높일 것이다.” (KISDI)

 

문 교수는 “한국의 케이블 TV 시장은 난시청 지역의 지상파 중계를 위한 중계 유선방송 위주의 저가 공급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면에서 다른 나라의 유료 케이블방송 성장과정과 다르다”며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력에 준하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케이블 프로그램을 소비할 유인요인이 낮다”고 지적했다.

 

◇ 방송 광고 시장

“콘텐츠 품질을 향상시키면 광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현 PP시장은 고정된 규모의 광고 시장을 놓고 경합하는 zero-sum 게임이 아니다. 신규 PP 진입 후 경쟁관계에 있는 동일 분야 기존 PP 채널의 매출액은 대부분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영국의 방송 산업은 대포적인 사전 규제 완화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해 1996년 규제 완화 이후 98년 GDP(국내총생산)대비 0.86%에서 2005년 1.01%로 성장했다.” (KISDI)

 

문 교수는 “한국의 경우 광고비 성장률이 GDP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GDP대비 총광고비가 증가하고 있지 않다”며 “콘텐츠 품질 향상이나 방송 광고제도 개선으로 인한 방송광고매출액이 일정 부분 증가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방송을 제외한 다른 매체의 광고 시장을 위축시킴으로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또 “영국의 미디어 개혁 효과를 측정하려면 규제 개혁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야 한다”며 “규제 개혁 이후인 1998년과 2005년을 비교한 것은 문제가 있어, 순수하게 규제 개혁의 효과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방송 플랫폼 시장


“우리나라의 방송플랫폼시장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작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일본,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방송플랫폼 시장 비중은 GDP 대비 평균 0.75%인 반면, 한국은 2007년 GDP대비 0.67%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문 교수는 “KISDI가 전제로 삼고 있는 주요 6개국의 1인당 GDP는 3만달러 이상으로 한국의 1만8천달러와는 비교가 안된다”며 “KISDI의 매출증가 효과 측정기준 및 일자리 효과 측정기준의 타당성이 매우 낮아 이를 기반으로 한 예측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 교수는 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방송플랫폼 진입에 대한 규제 문제가 아니라 종합편성 및 보도PP 진입에 대한 규제완화이기 때문에 방송플랫폼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KISDI 기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며 “PP시장의 경제적 효과 예측도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고용 및 생산유발 효과

 

“06년 취업계수 추정치를 이용한 결과, 규제완화로 보수적 예측 시 2,508명, 낙관적 예측 시 4,470명의 취업 증가가 예상된다. 경제 전체 생산유발효과는 보수적 예측 시 1조7천억원, 낙관적 예측 시 2조9천억원이다.” (KISDI)

 

문 교수는 “KISDI 고용취업효과 전제인 방송플랫폼 성장 예측의 비합리성으로 예측력에 이미 문제가 있다”며 “방송플랫폼 시장에서 2005년 대비 2008년 매출액은 증가하였지만 오히려 고용자수는 줄어들고 있음을 볼 때 이 추정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또 “언론에 대자본의 진입을 허용하면, 자본 권력에 기반한 정치 권력이 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대기업 소유 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를 그들의 방송을 통해 확대재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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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공공성포럼이 4일 오후2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서‘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대한 논의’토론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국회 예산정책처도 KISDI 리포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예산정책처는 천정배민주당 의원이 의뢰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의 적절성에 조사분석’에 대해 지난 2일 “방송규제완화로 인해 방송시장 규모가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분석이 가지는 의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KISDI 분석에서는 단순히 규제완화를 통해 방송시장의 규모가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설정했으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방송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작은 것이 오직 방송 관련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는 설명이기에 설명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플랫폼 및 광고시장이 향후 어떤 규모일 때 어떤 취업증가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줄 뿐, 규제완화가 실제로 이러한 시장 규모의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근거를 엄격한 분석을 통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예산정책처, 쓸데없는 짓 해”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예산처의 분석 보고서와 관련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말해 천정배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의뢰하지도 않았는데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정책을 그런 식으로 발표했다고 하니 참 의외”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우리가 의뢰를 했다든지 또는 그 정책이 시행되는 걸 전제로 할 때 그런 분석이 나오는데 갑자기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했다”며 “엉뚱한 짓을 했는지 오후에 한 번 알아봐야 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고를 의뢰한천정배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예산정책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속기관이 아니다”면서 “매우 어처구니 없는 불법적 발언으로, 국회의원의 합법적인 의뢰를 받아 수행한 직무가 어떻게 ‘쓸데 없는 일’이 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천 의원은 홍 대표를 향해 “방송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며 “예산정책처마저 ‘마우스 탱크’로 만들려는 시도는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