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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이웃들 얘기(펌)

[펌] 국보법은 이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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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전과 분단의 시계는 멈추었다.

2004년 현재 한반도의 냉전은 사실상 종식되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냉전과 분단을 유지하고 확대재생산하기 위해 존재했던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음을 본다.

국가보안법, 무엇이 문제이며 왜 폐지되어야만 하는가?

1948년 12월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8조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바로 그 해 그 순간 1948년 12월 1일 대한민국에서는 시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제정됨으로써 반인권, 반민주, 반통일의 비극적 씨앗을 뿌리며 전 세계의 보편적 발전과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국가보안법은 19세기의 발상으로 20세기를 호령했던 역사의 사생아이자 법의 존재의미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입법사의 돌연변이이다. 또한 그 스스로 [악법도 법]임을 증명하는 비극적 사례이기도 하다.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법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란 저서에서 “법의 목표는 평화이며, 평화에 도달하는 수단은 투쟁이다”는 구절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인격을 지키는 것이자 사회정의를 위한 것임을 밝힌바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할 근거와 과정을 발견할 수 있는 금과옥조가 아닐 수 없다.



2. 국가보안법은 헌법과의 관계에서 위헌적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가장 중요하고도 절실한 요인은 그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파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이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국가권력의 체계 및 그 통제를 규정하는 법이다. 따라서 모든 법 질서는 헌법에 그 정당성의 기초를 두고 있으며 헌법이 정하고 선언하고 있는 가치를 침범할 수 없다.
그러나 유독 국가보안법은 이와 같은 법률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스스로 헌법 위에 군림해왔다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우선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대형법의 기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를 부정하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범죄와 형법을 전단하는 죄형전단주의로 한국의 법을 전락시켰다. 죄형법정주의의 근본적 의의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승인되는 국가권력의 자기제한으로 어떤 경우에도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철칙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대부분의 조문은 매우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백지형법’ 식의 요건을 두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을 파괴하고 있다.

미국의 대법관 올리버 웬델홈스 대법관은 “법이 보장해야 할 사상의 자유는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상의 자유를 말한다.” 고 주장함으로써 법에 의해 자유가 제약될 수 있는 요건과 제약의 범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밝힌바 있다.

국가보안법은 법체제상으로는 헌법의 하위법이지만 실제로는 헌법의 상위에 군림하면서,

▶ 인감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 고문금지, 묵비권보장, 형사피고인의 권리보장 등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
▶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및 허가, 검열의 불인정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 학문, 예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2조 등을 철저히 유린하여 왔고 어떠한 자유도 국가보안법의 목적에 따라 재구성하는 초헌법적 존재로 반세기를 버텨왔다.


3. 국가보안법은 형법과의 관계에서 중복적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또 다른 중요한 논거는 동법이 폐지되어도 국가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조항이 이미 형법이나 기타 형사특별법규와 중복되어 있으므로 진정으로 위험성 있는 국가안보 침해사범은 충분히 규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가보안법 제3조의 반국가단체의 구성, 가입, 예비, 음모 조항은 형법 제87조의 내란죄의 에비, 음모, 제 114조의 범죄단체 조직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과 중복
▶ 국가보안법 제4조의 목적수행은 형법의 각조에 의해 대체가능
▶ 국가보안법 제5조의 자진지원, 금품수수 조항은 형법의 공범규정으로 처벌가능
▶ 국가보안법 제6조 잠입, 탈출은 형법 제 92조 외환죄, 제98조의 간첩죄의 예비음모로 처벌 가능
▶ 국가보안법 제8조 회합, 통신과 제9조의 편의제공은 국가보안법 위한행위에 대한 공범유형으로 성립하는 경우에만 형법에 의해 처벌하면 되고
▶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는 범인은닉죄로 처벌할 수 없는 단순 불고지범을 처벌하는 것은 반인륜적이며 불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4. 국가보안법은 남북교류협력법 등과의 관계에서 상충적이다

정부의 통일정책의 수립은 명백히 국가보안법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른바 ‘통치행위론’으로 용인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문제를 피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1990년 8월 1일 남북교류협력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제2조는 명백히 북한당국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법률을 그대로 둔 채 반국가단체와 교류와 협력을 허용하는 남북교류협력법을 제정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면서 두 법체계의 혼란만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보안법은 남북교류협력법과 거의 모든 법조문에서 근본적으로 충돌하고 있는데,

▶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 왕래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6조의 잠입, 탈출과
▶ 남북교류협력법 제12조 교역 조항과 제19조 반입반출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5조 자진지원, 금품수수 조항 및 제9조 편의제공과
▶ 남북교류협력법 17조 이하 협력사업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고무 및 제8조의 회합통신 조항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이런 문제는 남북교류협력법 제27조 내지 29조 등에서 남북왕래, 교류 등의 행위에 대한 독자적인 벌칙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는 사전 승인 없는 남북간의 접촉행위가 단순한 질서범(행정범)으로 평가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이미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5. 국가보안법은 비상시기의 한시법이자 군사정권에 강화되고 악용되어온 정권유지법일 뿐이다.

국가보안법은 내란행위특별조치법 발의(1948.9.20) → 여순반란사건 발생(1948. 11) → 국가보안법으로 명칭변경을 거쳐 제정(1948.12.1) 되었으며, 일제시대 치안유지법 승계한 죽고 죽이는 극단적 좌우대립 시기의 산물이다.

그리고 현재의 국가보안법은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박정희의 군사쿠테타 세력에 의해 1961년 제정된 반공법과 합쳐져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본 모습을 갖추게 (1980년) 된다.

즉, 이승만정권 시대의 무자비한 좌익사냥의 도구(제정 국가보안법)와 박정희 군사쿠테타 정권의 정권유지 수단인 반공법이 전두환 학살정권에 의해 반인권, 반민주 악법으로 통합된 국가보안법은 분단과 냉전, 독재와 인권탄압의 역사와 완전하게 한 몸이었다.


6. 국가보안법은 적용과정과 방식이 불법성과 야만성으로 가득한 반민주악법의 상징이다

국가보안법 적용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수사 첫 단계인 연행에서부터 재판이 확정된 후 복역과정의 전향압력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점철되어 왔다는 데 있다. 범죄의 진압을 위한 공권력 행사가 마찬가지의 ‘범죄적’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 때 그 공권력 행사는 도덕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구속 기소가 없으며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없었다.
불법연행, 장기구금, 행방불명, 밀실수사와 고문, 조작, 감시와 감금, 차별과 소외 생각만 해도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단어들은 국가보안법이 역사와 국민에게 상처로 남겨준 슬픈 기억들이다.

국가보안법과 인권, 국가보안법과 민주주의, 국가보안법과 통일은 공존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다.


7. 국가보안법은 입법기관인 국회에 의해 제정된 법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법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에서 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법률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현행 국가보안법은 1980년 쿠테타 권력기관에 불과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되었으며, 이에 흡수된 반공법 역시 5․16 군사쿠테타 이후 임의로 설치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제정되었던 것이다. 이 두 기관은 명백히 국회가 아닌 불법적 군사쿠테타 세력의 무단통치 기구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 제정의 역사는 국민의 동의와 합의를 전제로 하는 법률의 규범력을 요구할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8. 국가보안법 폐지는 왜곡된 과거사 청산의 중핵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왜곡된 과거사를 청산하는 핵심과제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우리가 잃을 건 냉전과 분단, 반인권과 비민주의 어둠이요, 얻을 건 화해와 통일, 민주주의와 인권의 빛이다.

국가보안법은 모든 가치있고 존재해야 할 것을 먹어치우고 모든 무가치하고 사라져야 할 것을 토해내는 反역사의 상징이었다. 역사를 바로세우고 왜곡된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은 비단 그 사실을 규정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와 같은 역사왜곡을 낳았던 조건과 환경으로서의 법적, 제도적 실체를 혁파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국가보안법 폐지가 과거사 청산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본질적 이유다.

17대 국회의 역사적 소명은 남북화해협력의 시대를 법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하고 평화와 통일의 징검다리를 튼튼히 놓는 것이며,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 시금석이다.


9. 국가보안법은 천문학적인 유지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고비용 악법으로서 <남북화해협력시대> 개혁의 최우선 과제이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의 법은 더 이상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더구나 반공과 반북이 언제까지 헌법을 능가하는 국민적 가치일 수는 없다. 이제는 굽은 것을 펴고 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화해, 협력, 통일을 이루어야 할 민족공동체이자 1991년 유엔에 동시가입함으로써 국제법에 의해서도 합법성이 인정된 명백한 국가이다. 따라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냉전과 분단의 20세기가 아닌 화해와 통일의 21세기에 살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한국사회가 반인권에서 인권으로, 반통일에서 통일로, 빈민주에서 민주로 가는 첫 관문이며, 참여정부에서 해결해야할 개혁입법의 최우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