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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이웃들 얘기(펌)

[펌] 어이없는 국보법 위반사례

'국가보안법' 적용실례
 
 
△ “김정일 만세” 40대 입건
 
- 지하철역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친 취객이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7일 밤 9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합정역 계단에서 정아무개(44)씨가 술에 취해 ‘김정일 만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다 사라졌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을 수소문한 끝에 근처 다세대주택 지하방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정씨를 찾아내 입건 조처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경기 불황으로 공사판 일거리가 끊어지고 지하 셋방에는 습기가 차올라 홧김에 술을 마셨는데, ‘북한에 가면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게 떠올라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끌고 답답한 마음도 풀릴 것 같아 무작정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서 그런 구호를 외쳤다”고 말했다.
 
 
△ “이 김일성이보다 더한 놈들아!”
 
- 1970년 김아무개씨는 막무가내로 쳐들어와 집을 부수던 철거반원들에게 무심코 소리쳤다. 하지만 이 한마디로 그는 검찰에 구속됐다. 이유는 “북괴에서는 대한민국보다 나은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며, 그곳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의사도 내포한 것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60~70년대 이른바‘막걸리 반공법’시대에는 이렇게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피해자들이 적지 않았다.
 
 
△ 68년 파출소에 연행된 김아무개씨는 “선량한 국민을 왜 못살게 구느냐? 공화당은 공산당보다 못하다”고 말했다가 ‘찬양·고무’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 영화속 대사 한마디로 구속
 
- 64년 <7인의 여포로>라는 작품에서 한국군 포로가 북한군 장교에게 “참 멋진 남자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넣었다가 ‘반국가단체 활동 고무·찬양’ 혐의로 구속된 영화감독 이만희씨의 경우는 잘 알려져 있다.
 
 
80년 반공법이 없어지고 주요조항이 국가보안법으로 흡수되면서 80년대는 ‘막걸리 보안법’의 시대로 바뀌었다. 보안법은 군사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됐고 일반 시민들의 일상사까지 옥죄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무협소설에도 사회주의 조장 칼날
소설 '태백산맥' 10년째 조사중
"보안법 있는한 언제나 오남용소지"

 
 
△ '김정일 부킹위원장'은 찬양, 고무 현행범
 
- 대구의 나이트클럽 웨이터 전동창(35)씨는 지난 2000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6월 승용차에 북한 인공기 그림을 그린 현수막을 걸고, 사람들에게 ‘김정일 부킹위원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나눠줬다. 그는 그날 저녁 나이트클럽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찬양·고무 현행범’으로 연행,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현수막을 만든 사람까지 조사를 받았다.
 
 
△  무협소설도 알짤없음...
 
1981년 당시 연세대생 박영창씨가 용돈을 벌려고 쓴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의 표지 사진. 박씨는 이 소설의 대결 구도가 북한의 남진을연상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 지난 81년 9월 연세대생 박영창씨는 군 입대를 앞두고 용돈을 벌기 위해 <무림파천황>이란 다섯 권짜리 무협소설을 썼다가 “내용의 일부가 사회주의를 주장했다”는 이유로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3년, 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았다. “절정의 무공을 익힌 주인공이 부모의 원수를 갚고 정파와 사파가 대립하던 무림을 평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으나, 정파와 사파가 벌이는 무협지의 대결구도를 변증법적으로 설명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 ‘강북무림’이 ‘강남무림’을 향해 ‘남진’을 주장한 것도 말썽이 됐다.
 
 
△ 만취한 상태에서 말한마디 잘못해서 징역2년
 
- 86년 어느날 김아무개씨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술에 만취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와 요금 시비를 벌이던 그는 승객들을 향해 “나는 공산당이다. 공산당이 뭐가 나쁘냐. 잡아넣어라”라고 외쳤다. 김씨는 수사기관에 연행된 뒤 경범죄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7조1항(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고향마을 그려도 유죄
 
- 보안법은 예술 분야도 비켜가지 않았다. 화가 신학철씨는 자신이 그린 <모내기>가 ‘북한 농촌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신씨는 고향 마을을 그린 것이라며, 그림의 일부와 거의 비슷한 고향 마을 사진까지 제시했으나 보안법은 그를 외면했다.
 
 
△ 전국민적 흥행작품도 예외없음...
 
- 조정래씨의 소설 <태백산맥>이 아직도 무혐의 처리되지 않고 검찰에 10년째 계류중인 일이나, 영화 <실미도>의 배경음악으로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사용했다가 고발된 강우석 감독의 사례도 일상을 옥죄는 보안법의 위력을 말해준다.
 
 
△ 지난 8월 말 프리랜서 김아무개(26)씨는 한국방송 <미디어포커스>의 효과음악을 만들면서 그런 음악인 줄 모르고 ‘적기가’를 사용했다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인터넷에 ‘군가’라는 검색어를 넣어 나온 노래를 제목도 모르고 쓴 것 뿐이었다”며 “이 때문에 경찰에 불려가 ‘미국을 좋아하느냐’, ‘통일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는 등 불쾌한 사상검증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은 시대뿐 아니라 사람도 가리지 않는다. 이름을 날렸던 공안검사에서부터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는 신문의 편집국장까지 걸려들지 않은 이가 없었다.
 
 
△ 공안검사도 피할 수 없는 보안법
 
- 50~60년대 대표적인 공안검사였던 한옥신은 60년 9월 이북에서 내려온 이종사촌을 집에 재워줬다가 대검에서 ‘불고지죄’로 조사를 받았다. “스스로 조사에 착수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 조선일보 조차 짤탱이 없음...
 
- 선우휘 <조선일보> 전 편집국장이 64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문제를 보도해 중앙정보부에 의해 구속된 일도 있었다.
 
 
남규선 국가인권위원회 공보관은 “국가보안법 조항에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이 조항이 매우 포괄적이며 수사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21세기에도 막걸리 보안법 사범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80년대 공안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신고가 들어오거나 혐의가 있으면 경찰로서는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가 있는 한 경찰의 악역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