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드디어 1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양측대리인이 개정에 앞서 변론을 준비 중인 모습
청구인 민주당 등의 대리인은 이번 재판에 언론악법을 포함한 금융회사지주법 등 22일 날치기 처리된 법안에 전부에 대한 원천무효를 주장하였다.
반면 피청구인 김형오, 이윤성 등 국회의장단과 여당 대리인은 대리투표 등의 사실이 없음과 일사부재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쟁점은 방송법과 관련한 일사부재의와 대리투표, 중대한 의사절차의 생략 여부였다.
<그림: 천정배 당원이 트위터에 남긴 헌재 변론 참관 소감입니다>
의견을 자세히 복기해 본다.
국민의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을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인 것은 국민주권에 대한 위반
vs 다수결의 원칙
청구인 : 국민의 대부분이 반대하는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인 것은 국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반행위이다. 국민에 대한 설득과정과 양해도 없었다. 표결과정을 우리 모두 똑똑히 보았다. 국민이 반대하는 특정법안에 대하여 그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 보인다. 피청구인 측은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운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볼 때 90%의 득표율로 대통령을 선출한 적도 있었으나 그것이 과연 국민의 뜻이었는가. 국민이 반대하고 야당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특정사안에 대해 다수당의 밀어붙이기는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독재이다.
피청구인 : 다수결의 원칙이란 사실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의 끝에 이루어진다. 김형오 의장의 이런 노력은 충분했다. 끊임없이 합의를 종용했고 수정안까지 제출하게끔 하였다. 김형오 의장은 소수의 의견에 끝까지 귀를 기울이고 기울인 끝에 다수결의 원칙을 채택하였다. 어떤 법안이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가?
관례라는 이름이 붙여진다면 심각한 민주주의의 폐해가 초래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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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 : 표결불성립이라는 말 자체가 우선 없는 말이다. 분명 투표종료 선언을 한 후였다. 이는 시험 종료 알림이 울리고 나서 보니 예쁜 학생이 아직 못 풀었다고 시간을 더 주는 꼴이다. 만약 이런 일사부재의를 관례라는 이름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앞으로 다수당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없이 재투표를 할 명분을 얻게 된다. 결국 관례가 일사부재의 대원칙을 위협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또한 표결불성립이라는 말을 일단 썼는데 없다보니 혹자는 투표종료선언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종료 선언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이 선언 후 바로 표의 집계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결과가 곧 결과로 이어진다. 즉 선언 이후의 결과가 반영됨을 의미한다. 종료를 분명히 선언하였으므로 집계가 이루어진 것인데 집계 후 결과가 여의치 않다고 선언이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피청구인 : 투표종료 선언을 했으나 그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본회의장은 아시다시피 난장판이었으므로 정상적인 국회 진행이 불가능했고 이에 따른 착오에 의한 것이므로 처리되지 않은 안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재의’가 아니므로 일사부재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착오는 애초에 청구인이 원인이 되었다. 스스로 원인 제공을 해놓고 결과를 탓하고 있다.
보조참가대리인 : 청구인들의 투표방해 행위가 사태요인이다. 그럼에도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한 것은 심각한 소권 남용이다. 즉 스스로 표결권을 포기해놓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하여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함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투표종료 선언’은 사법성이 없다. 사실행위에 대한 판단이지 법률적 의미는 가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기술적 문제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투표종료선언은 착오가 있을 경우 취소가 가능하다. 또한 출석의원과 재석의원의 의미가 다르다. 자리에 앉지 않았어도 안에만 있으면 출석의원으로 볼 수 있다.
대리투표에 의한 원천무효 vs 대리투표는 단지 추정일 뿐, 증거가 없다
청구인 : 대리투표는 확실히 있었다. 이는 이미 피청구인도 인정한 것이다. 야당의 투표방해 행위 때문에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했다는 것과 오히려 야당 의원이 대리투표를 했다는 등의 주장은 피청구인도 대리투표 행위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피청구인 : 청구인의 주장대로 상당수의 대리투표는 없었다. 일부 의원이 다른 의원의 터치스크린에 앉아 있거나 가까이 있는 장면이 공개되었으나 실제로 누르는 것을 확인한 사실이 없다. 즉, 정황에 따른 추정에 불과할 뿐이지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착석한 대법관. 약 4분간 촬영시간을 가진 후에 촬영 및 사진기자들이 퇴장한 수 재판이 시작되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이나 이해를 시키려는 과정도 없이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법을 강행처리하는 것은 소수 특정집단에 의한 독재이다.”
오늘 방청한 공개변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청구인 측 대리인 박재승 변호사의 말이다.
여론을 수렴하겠다면서 여론조사는 하지 않은 여당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이유는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 여당이다. 국민이 잘 몰라서 그런다면 찬성할 때 까지 설명을 하면 될 것이다. 직접적으로 민생에 닿지도 않은 법이라고 여당도 말했다. 일자리 2만개 창출이라는 유혹도 잘못된 통계자료에 의한 것이었다. 기본적인 연구도 이렇게 소홀하면서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도대체 여당은 뭐가 그리 초조하고 급했던 걸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강행처리하던 그때도 ‘국민의 뜻’이라며 대한민국과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던 한나라당. 그래도 오늘은 국민을 위한, 국민이 원하는 법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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