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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영전에,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꿈을 바칩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영전에,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꿈을 바칩니다

김대중 자서전을 통독하고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긴 역정은 우리 현대사의 자화상이며, 또한 본체입니다.
자서전 독서 자체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읽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일이기에 속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찌기 함석헌 선생은 우리 민족, 우리 민중의 역사를 정리하며
'뜻의 역사'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함석헌 선생이 말한 '뜻'이란 종교적인 의미라기보다는
기록 속에 담긴 민중의 땀과 눈물과 의지를 말합니다.
저는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으며 다소 엉뚱한 대목에서
'뜻의 역사'를 생각해봤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구술합니다.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는 배우와 제작자에게 내 소감을 얘기했다. '영화 속에 담긴 한은 원한도 절망도 아니며 민중이 포기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문한 분야입니다만 어떤 작품에 대한 해석은
감상자의 마음이 투영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제게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 중에서 '민중'이란 김 전 대통령 자신으로,
그리고 '한'이란 그 분 가슴에 고인 '눈물'로 읽혀졌습니다.

군부독재가 자행한 숱한 테러로 당신도 몸을 다치고,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지인들까지 고문과 투옥으로 몸과 마음이 상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로 인해, 용공조작으로 인해, 지역감정 조장으로 인해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한' 속에서, 눈물과 한숨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보려던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김대중이라는 거대한 인격이 지향한 '뜻의 역사'를 찾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DJ 정신'의 계승을 얘기합니다.
저 또한 그런 표현을 쓰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눈물'과 '곡절' 속에서도 진정으로 이루려 했던
'그 뜻'이 무엇인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남북평화통일'을 외우다시피 말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뜻의 깊이를 진정으로 헤아리지는 못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긴 정신은,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뜻을 굽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남북평화통일'은
그 분께서 시련 속에 굽히지 않은 지향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DJ 정신'은 더 나은 지향을 향해
포기하지 말고 가라는 것입니다.
일찌기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 당시 대중경제노선을 내놓았습니다.
대중경제노선은 경제 성장과 소득의 공정 분배, 그리고 물가안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의 합리적 조정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는 구상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구상을 무려 20년이나 기다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과 '생산적 복지'로 실현합니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를 받고,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정치개혁을 위한 일에는 언제나 전면에 나섰고,
민주개혁 세력의 승리를 위한 일에는 발벗고 나섰습니다.
작은 이해도 얻고 숱한 오해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굽히지 않고 바라는 뜻이 있습니다.
감히 'DJ의 정신'이라고 말씀드릴,
천정배가 꿈꾸는 더 나은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정의로운 복지국가'입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델입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형식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를 동시에 구현하는 나라입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이를 위해
'재벌개혁', '언론개혁', 검찰 등 '공권력 개혁'을 삼겹줄로 엮어,
특권 세력의 지나친 탐욕을 확실하게 견제할 튼튼한 시스템을 짜는 나라입니다.
이로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민생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다지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나라입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대한민국을 넘어 '동아시아 복지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동아시아의 공생과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나라입니다.

저는 오늘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천정배의 꿈을 영전에 바칩니다.

남기고 가신 '뜻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길이 끊긴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제 어릴 적 마음 속 영웅께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거대한 인격이자 찬란한 역사이셨던 고 김대중 대통령께
이 글을 바칩니다.

 

2010.8.17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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