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4.27 재보궐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4.27 재보궐 선거는 월드컵 축구 중계보다 반전의 연속이었다. 강원도 지사, 김해을 재보궐 선거는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을 빗나가게 만든 한편의 드라마였다.
언론이 주목한 다룬 심판론, 인물론 등의 변수가 여론조사에 이미 반영되었다는 가정을 할 때 선거 막바지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전화 홍보’ 사건을 제외한다면 선거의 승패를 가른 원인은 숨겨져 있는 변수였다. 후보자와 유권자, 유권자들 사이에 정보교환, 소통의 매개체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가 단연 4.27 재보궐 드라마의 주인공일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이 보였지만 4.27 재보궐 선거는 바야흐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선거의 역동성을 불어넣는 핵심 도구임을 확실히 확인하였다. 출퇴근 시간 직장인들의 꼬리를 문 투표 행렬 그리고 SNS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간 불법 전화홍보 사건 소식은 앞으로 한국 선거에서 불어닥칠 SNS 쓰나미의 단초를 보여 주었다.
선거 이후 두자릿 수 이상의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은 최문순 후보의 역전승, 압도적인 여론 조사상의 우세를 뒤집은 이봉수 후보의 패배 원인 분석에 있어 ‘온라인 소통’, 'SNS 활용' 능력은 숨겨진 중대한 변수였다. 중앙선데이 보도에 의하면 최문순 캠프가 트위터는 266만 명에게 영향을 미쳐서 1위를 기록했고, 2위는 131만 명을 기록한 손학규 캠프였다. 반면에 경남도민일보에 분석에 의하면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는 온라인 선거전에서 김태호 후보와 대결에서 판정패를 기록했다.
한국 정치의 지속적인 역동성을 일으켜온 온라인 선거운동은 2002년 이후 각 선거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정치상황, 인터넷 규제 현실과 맞물려 부침을 거듭해왔다. 최근 SNS를 통한 정치참여 활성화는 스마트 폰 보급의 대중화와 SNS가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실명제 등 인터넷 규제 예외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풍선효과의 혜택까지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SNS는 2012년 한국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다. 2012년 SNS가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12년 한국 정치에서 SNS의 역할을 예측하기 위해, 첫째 2002년 한국 대선에서 ‘인터넷’의 역할과 시사점, 둘째 2008년 미국대선에서 드러난 SNS의 역할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2012년 선거혁명을 꿈꾸는 각 정치 세력이 SNS를 포함한 인터넷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준비해야할지 그 방향성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II. 2002년, 2007년 '인터넷 대선‘ 경험이 시사하는 것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는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선거이다. 16대 대선의 중대한 특징은 실제로 매스미디어 중심에서 디지털미디어 중심으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언론의 등장과 노사모 게시판, 노무현 후보 게시판 등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 사용자들로 하여금 정보 공유와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선거 참여자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생산, 전달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16대 대선은 ‘인터넷’을 선거 캠페인의 핵심적인 수단이자, 여론을 주도하는 도구로 부상시켰다. 특히 초창기 인지도와 지지율 약세를 딛고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활발한 인터넷 캠페인에 성공하여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은 주요 정치 세력이 젊은 유권자와 개혁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도구로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16대 대선을 연구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윤성이(2003)의 경우 네티즌의 특성이 비정치적이고,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높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터넷의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안형기·신범순(2006)은 인터넷 정치활동이 많은 투표자일수록 정치참여 욕구가 강하다는 점, 네티즌 인터넷 정치활동이 투표참여율을 상승시킨다는 점, 박선희·주정민(204) 인터넷 대안언론이 정치참여에 유의미한 작용을 했다는 점 등을 밝히면서 인터넷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
17대 대선의 경우 인터넷 이용률의 증가, 블로그와 미니홈피와 같은 활동공간의 확대, 그리고 이미지와 동영상 등 표현수단의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선거캠페인은 전혀 주목 받지 못했다. 인터넷 정치 자체의 한계가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회의도 일부 나타났다. 윤성이(2007)년 연구에서 온라인 선거 캠페인의 부진을 인터넷 정치 자체의 한계보다는 첫째,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던 선거상황, 둘째, 웹2.0방식의 온라인 캠페인 선거전략의 부재, 셋째, 과도한 온라인 선거운동 규제에서 찾고 있다.
실제 17대 대선에서 온라인 선거운동 부진했던 첫 번째 이유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낮아진 선거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실재 선거운동이 무르익어야 할 시점에 남북정상회담 등 선거 외적 요소들이 유권자의 관심을 빼앗고 선거 국면의 진입을 늦추었다. 각 당의 후보경선 시기 역시 늦추어져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당내 경선과 후보 단일화 과정이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정당 간의 본격적인 선거경쟁이 지연되고 유권자도 후보 간의 경쟁에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였다.
둘째, 온라인 규제도 과도하였다. 2007년 12월 2일까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중앙선관위의 요구로 인터넷상 삭제된 글이나 UCC는 65,108건에 달하였다. 사이버 선거운동 단속현황을 보더라도 16대 대선에서 57건에 불과하던 것이 17대 대선의 경우 1,236건으로 급증하였다.(서울신문 2007.12.03) 실제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시물을 규제하는 선거법 제93조 1항을 근거로 선거 UCC를 집중 단속하였다. 입후보 예정자의 공식홈페이지에서만 선거운동을 허용한 결과 17대 대선관련 UCC는 사용자제작콘텐츠가 아닌 캠프제작콘텐츠가 된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UCC 퍼가기 서비스를 사실상 막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마지막으로 각 선거 캠프의 온라인 선거 전략도 인터넷 공간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했다. 2007년 온라인 공간이 개방성, 연결성 그리고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웹 2.0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었지만 대선 캠프들은 2002년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웹1.0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와 달리 2008년 미국의 대선에서는 YouTube, My Space, Facebook 등 SNS가 온라인 선거캠페인의 중심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싸이월드와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존재하였으나 폐쇄적인 네트워크 구조로 선거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2002, 2007년 한국 대선 경험을 통해 인터넷 언론이 네티즌에 호응 하는 차별화된 뉴스를 제공할 것인가의 여부, 온라인상의 지지자 결집, 선거 주목도, 온라인 선거운동의 규제, 선거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정보통신(ICT) 기기 및 기술의 보급 등은 향후 2012년 온라인 선거 혁명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예측된다.
III. 미국 2008년 대선에서 드러난 SNS의 특징
SNS는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SNS를 통해 개인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공유, 연계 그리고 네트워크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재보궐 선거에 트위터를 비롯한 SNS 서비스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SNS 서비스가 가진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특징에 대해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연구된 바는 없다.
이점에서 2008년 미 대선에서 SNS 캠페인에 대한 연구 결과물은 향후 2012년 한국 총선, 대선에서 SNS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rack Obama) 민주당 후보는 오프라인과 SNS를 결합한 웹 캠페인 전략을 도입해 각광을 받았다. 그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활용해 유권자들과 밀접한 연계를 가졌다. SNS는 정치정보 공유, 정책의견 수집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의 홈페이지도 블로그 형식으로 전면 개편하여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을 지속하고 있다.
송경재(2010)의 연구에 따르면 SNS 사용자들은 온라인 뉴스로 정치정보를 많이 습득할수록, 정치기부를 많이 할수록, 후보자 혹은 정당 SNS를 많이 방문할수록, 투표에 보다 적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SNS 사용자의 경우 일반 인터넷 사용자 집단 보다 월등히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참여를 활발히 하였다고 한다. 2008년 미국 대선, 2010년 영국 총선에서의 경험은 SNS가 새로운 정치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과 동원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미국 대선은 무엇보다 SNS는 선거와 시민운동 차원에서 민주적 잠재성을 일깨울 가능성 보여주었다. 또한 낮은 수준의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정치참여로 연계되었음이 확인되면서 SNS가 젊은세대 등 정치 무관심층을 정치관심층으로 이동시키는 정치참여 확대의 도구가 될 수 있음도 확인시켜 주었다.
SNS 사용자 집단의 경우 일반 인터넷 사용자보다 온라인 기반 정치활동 응집도가 강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SNS의 경우 관계맺기(Networking) 시스템 하에서 상호 정보 제공 과정을 통해 평판시스템(reputation system)이 작동하면서 검증된 사용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단, 일반 인터넷 사용자, SNS 사용자 집단 모두 인종, 연령, 소득, 교육에서의 격차에 따라 웹 접근성이 제한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저소득층, 노년층 등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는 SNS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VI. 2012년 선거혁명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2009년 아이폰 도입 이후 한국의 스마트 폰의 보급은 급속한 증가 추세에 있다. 2009년 11월 119만 명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가입자가 2010년 11월엔 1,060만 명으로 1년 새 무려 10배가 증가하였다. 올 연말까지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위터 서비스 가입자는 350만명이다. 향후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 추세에 맞춰 SNS를 비롯한 사회관계망 서비스 가입자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테블릿 PC 등의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2012년 한국 사회에서 SNS의 영향력은 쓰나미 급이 될 것임을 예견한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공직선거법이 사전선거운동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SNS의 정치적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Twitter, Facebook 등 대표적 SNS 서비스들이 대부분 해외 업체 중심으로 실명제 등 국내법의 규제의 예외를 적용 받기 때문에 지나친 한국 정보통신망법의 강력한 규제가 풍선효과까지 누리며 실상 SNS의 영향력은 더욱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한국의 저작권법, 정보통신망법이 강화되면서 한국 동영상 서비스 1위 업체가 2008년 국내 업체인 판도라 TV에서 2011년 유튜브로 바뀌었다. 풍선효과의 단적인 예인 것이다.
현재 네티즌들은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규제를 경험하면서 규제를 우회하거나, 법적인 규제와 충돌하지 않고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계발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트윗터가 해외 민주화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한국에서 SNS는 인터넷 규제의 창살 밖에서 통제받지 않는 ‘여론형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4.27 재보궐 선거 과정이 보여주듯 SNS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상호작용하는 매체와 정치인에게 열광하였다. 이미 그 위력을 증명한 투표 독려 운동 역시 더욱 높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다. 아물러 SNS를 활용한 새로운 소통실험과 선거운동의 출현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재선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위치정보 서비스, 후원금 모금 기능이 포함된 선거용 App(어플)을 출시하였다. 스마트폰, 테블릿 PC에서 구현되는 App 역시 SNS와 결합한 새로운 지지자 플랫폼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5개월 동안 언론법 문제로 최문순 의원실과 함께 한 사무실에서 일했다. 단언컨대 SNS 선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최문순 도지사 캠프의 온라인 선거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직접 취재하고, 블로깅을 하는 최문순 지사를 필두로 스텝진들이 블로그, SNS 중심의 의정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평소의 SNS를 통한 소통 능력이 결정적인 순간에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필자에게 최문순 사단의 온라인 소통 능력은 벤치마킹 대상이자, 지속적으로 온라인 소통 방식을 발전시켜 나가게 만든 좋은 스승이었다.
‘민심이 천심이다’는 사실을 SNS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SNS가 새로운 정치 혁명을 몰고올 것은 예견된 미래다. 다만 그 예견된 미래의 주연 배우는 누구일지, 어떤 감동을 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2012년 선거혁명을 꿈꾸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SNS의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국민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한다. SNS는 정치권을 향해 ‘대의제’라는 우물 속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민심의 바다, 직접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변화와 소통에 능한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들을 통해 2012년 SNS 정치 혁명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박창문(2009),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한국 디지털 정치참여의 변화에 관현 연구, 경남대 박사 논문
윤성이(2008), 온라인 정치참여 연구의 동향과 쟁점, 정보화 정책 제15권 제3호
송경재(2010) 미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자의 특성과 정치참여, 한국과 국제정치 제26권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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