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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및 인터뷰

[경향신문] 천정배 “현 정부 검찰개혁 거의 0점이다”



·[인터뷰] 참여정부 법무부장관 역임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현 정부 검찰개혁 거의 0점이다

 

·“지난해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혁과제 순위 1위가 검찰이었다. 국민 여론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라면 공수처는 이미 만들어졌어야 한다.”

 

 

“0점에 가깝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행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정권 지지도가 높은 집권 초기에 세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그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천 의원은 정권을 내놓을 각오를 해도 어려운 게 검찰개혁임을 몸소 느꼈다.

 

 

실제 검찰개혁은 이번 정부의 핵심공약이지만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큰 관심을 받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도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을 두고 여야 간 온도차는 여전하다. 천 의원은 정부·여당이 야당을 설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 의원을 만났다.

 

-오는 5월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현재까지의 상황에 점수를 준다면?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잘 이끌어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유리한 국면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0점이다. 법과 제도 변화는 국회 입법을 통해 할 수 있는데, 지금 검찰개혁법이 가능할까? 어렵다고 본다. 입법과 관련해 정부가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입법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했어야 했나.

 

지금 정부는 입법 아닌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을 잘 운영하는 것과 개혁은 다른 차원이다. 선량하고 의지를 가진 대통령과 수뇌부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상황이 바뀌면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법과 제도를 통한 개혁을 해야 한다. 입법을 하려면 의원 과반이 확보돼야 하는데, 당을 막론하고 검찰개혁 의지를 가진 의원 개개인을 다 끌어모아도 과반이 될까 말까다. 정부와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의원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사개특위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출범했지만 지지부진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나.

 

한국 정치 혹은 국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자. 국회가 특위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에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에 합의했다. 환노위 간사들이 개인 의견으로 그렇게 했겠나. 당 지도부 의견을 따른 것이다. 사개특위도 마찬가지다. 사개특위가 성과를 내려면 각 당 지도부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차이를 좁히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여당은 야당에서 개혁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한다.”

 

-민주평화당은 검찰개혁에 어느 정도 공조할 것인가.

 

개혁에 관해서는 민주당의 머리 꼭대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당이 쪼개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좋지 않다. 국민의당은 친문과 반문이 혼재했다. 그 안에서 토론이 오가면서 어떤 때는 정부 편에 섰고 어떤 때는 그렇지 않았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했다. 쪼개지면서 한쪽은 완전히 반개혁으로 갔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그만큼 개혁을 뒷받침할 세력이 없어진 셈이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금도 당시 상황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있다. 당시 검사장이 45명이었다. 검사장은 차관만큼의 힘이 있다. 당시 다른 부처는 차관이 다 한 명이었는데 검찰만 45명인 게 말이 안 된다.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해서는 검사장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오히려 검사장 자리가 8개 늘어났다. (이후 검사장 자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4, 문재인 정부에서 5석이 줄었다.) 검찰 인사도 잘못됐다. 김대중 정부의 검사들이 사실상 쫓겨났다. 참여정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이전 정부의 정치검찰을 배제한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엉뚱하게 나타났다. DJ시절 검사들이 밀려나면서 오히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의 검사들이 다시 복귀한 것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그때 큰 사람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들의 의지는 어땠나.

 

강금실 전 장관 개인은 당차고 훌륭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혼자 적진에 있으면 견디질 못한다. 게다가 강 전 장관은 부장판사 출신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과장급이 장관으로 온 거다. 강 전 장관의 구상이 검찰총장에게 즉각 보고됐을 것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차라리 내 목을 치라고 반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개혁이 물 건너간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강 전 장관 다음이 김승규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검찰개혁을 안 하려는가 보다라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 이후 제가 장관을 했다. 정부 출범한 지 24개월이 됐을 때다. 이미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 등 근본적인 검찰개혁은 어렵다고 봤다. 정권 지지율도 낮았다. 있는 검찰을 잘 관리하고 권한남용을 못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 장관 임명이 냉온탕을 왔다갔다 했다.”

 

-검찰개혁에 대해 정권 내놓을 각오로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법무부 장관 시절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

 

장관을 하면서 고위 검사들과 일했다. 기가 막힌 사람들이다. 역량이 뛰어나고 책임감 있고 헌신적이다. 가령 다음날 오전에 갑자기 회의가 잡혀도 법무부 검사장들에게 말하면 밤 사이 완벽하게 회의자료를 준비해 온다. 검찰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그렇다보니 조직이 자부심과 자기확신으로 뭉쳐 있다. ‘우리가 나라를 위해 가장 잘하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우리를 약화시키려는 사람은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사람이다라는 사고방식이다. 그런 생각이 조직 전체에 내면화되어 있다. 이런 저항을 뚫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권 초기에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개혁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적 지지만 받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가령 공수처 신설은 16대 국회 때부터 논의됐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서 큰 틀에서 본다면, 근본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늘 선거법은 국민의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라고 부른다. 정당이 국민들에게 얻는 득표율만큼 의석을 가지는 식으로 가야 한다. 그때야말로 국회가 민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는데, 새누리당의 전국 총선 득표율은 40% 수준이었다. 이는 검찰개혁뿐 아니라 모든 개혁과 연결된다. 모든 개혁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지난해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혁과제 순위 1위가 검찰이었다. 국민 여론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라면 공수처는 이미 만들어졌어야 한다. 따라서 개헌에서 선거제도만 개혁해도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 이 역시 정부·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가야 한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110944001&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