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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장, 도덕적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된다! 법적으로는?

도덕적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된다! 법적으로는?

- 삼성생명 주식상장에 즈음하여 -

 

내일은 삼성생명 주식 상장일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봤을 때 시가총액이 22조 원, 전체 상장기업 5위에 해당한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40대 1이라니 시가총액은 더 오를 수도 있겠다.

비상장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봤지만, 최대주주 이건희 회장은 완전 대박이 났다. 액면가 대비 220배 대박이다. 전체 주식의 20.76%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장의 시세차익은 4조 원이 넘는다. 단군 이후 최고의 부자라는 이 회장 일가는 이제 세계적으로도 최고 부자 반열에 가까이 간 듯하다.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된 논쟁은 10년도 훨씬 넘게 진행되어 왔다. 삼성생명은 형식적으로는 ‘주식회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상호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논쟁의 핵심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1990년대 대부분 배당보험을 팔았기 때문에 결손시 주주가 손실을 보전하지 않고 대부분 계약자 배당 준비금으로 충당하였다. 계약자에게 손실을 부담시킨 것이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과거에 계약자에게 손실을 떠넘겼으므로 이익이 나는 경우에도 계약자에게 상당 부분 나눠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다.


긴 논쟁의 결론은 ‘계약자 몫 0, 계약자의 이익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4년 당시 금감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당시 생보사 상장기준을 논의하면서 금감위가 내부적으로 계약자 대 주주 몫을 8 대 1 또는 심지어 9 대 1으로까지 거론하다가 석연치 않게 계약자 몫을 한 푼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니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할 것이지만 정부로부터는 삼성이 ‘또 하나의 가족’인 보험고객들에게 완승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법원 판결도 삼성의 영향 하에 있는 판국인데 하물며 금감위 결정이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내려졌다고 볼 수 있을까.

 

전직 대통령은 물론 재계 서열 2위의 재벌총수를 비롯해 수많은 거물들을 구속 기소했던 대한민국 검찰이다. 그 검찰도 삼성에 대해서만은 압수수색 한번 변변하게 하지 못했다. 이것이 삼성의 힘이다. 에버랜드 불법상속과 관련해서 법원으로부터도 절대적인 지위를 인정받았던 이 회장이 이번에도 법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두고 볼 일이다.

 

해묵은 논쟁도 이유였지만 삼성이 삼성생명을 상장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금산분리 규정 때문이었다. 에버랜드가 1대 주주였던 삼성생명의 주식이 상장되었을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문제를 풀어준 것은 ‘삼성특검’이었다. 삼성특검은 삼성생명에 숨겨진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을 찾아냈고, 이건희 회장은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면서 에버랜드를 제치고 1대 주주가 되었다. 이건희 회장은 차명주식 보유의 대가로 처벌이 아닌 막대한 시세차익과 삼성전자 경영권 유지라는 선물을 받았다.

 

‘죄는 지은대로 가고 공은 닦은대로 간다’더니 옛말도 틀린 데가 있다. 건국이후 유례없는 ‘1인 특별사면’의 주인공,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은퇴했다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복귀해도 어떤 비판도 받지 않는 사람, 수 천억 내지 수조 원의 재산을 생전에 상속시키고도 세금으로 16억만 내면 되는 사람, 그 단 한 사람에게만은 옛말도 예외가 되어버렸다.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서 최소한 도덕적, 상식적으로 이건희 회장은 아직 당당하지 못하다. 이건희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도덕적, 상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첫째, 계약자의 몫을 자진해서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이다. 돈이 많으니 기부하라는 차원이 아니다. 당연히 인정받아야 할 몫을 인정받지 못한 고객들의 몫을 최소한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려놓으라는 것이다.

둘째, 앞으로는 반드시 세금을 제대로 내야 한다. 더 이상의 탈세는 용납할 수 없다. 언론은 벌써부터 2조 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하는 삼성생명 주식의 상속을 어떤 편법으로 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비뚤어진 상상력을 촉발한 책임은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에게 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꽃다운 20대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도 무책임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는 또 면죄부를 받을지 모르겠다.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덕적 상식적으로는 유죄다.

옛말을 믿어 보자. 죄는 지은대로 가고 공은 닦은대로 간다


2010년 5월 11일 

국회의원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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