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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소득 불균형 보고서'를 통해서 본 정운찬 총리 지명


1. 대기업 부설 연구소가 스스로 "성장위주" 정책 한계를 시인하다.
9월 1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소득불균형과 사회행복”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경향신문, 프레시안 등 진보언론에 의해 눈길을 끈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소득불균형의 심화가 한 사회의 행복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큰 편이지만 한국의 경우 소득수준과 삶의 만족도 간에는 관계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대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해온 ‘성장위주’ 정책이 효용성을 상실하고, 성장위주 정책의 한계를 시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심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최근에 취하고 있는 일련의 기조변화의 맥락과도 연관이 있을 듯합니다. (☞ 관련기사  프레시안  "한국 소득불균형, OECD 국가 중 7번째" (2009.09.01))


2. 보고서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보고서 곳곳에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을 덮치고 있는 심각한 빈곤, 양극화라는 정치적 쓰나미를 피하고자 하는 한국 보수세력들의 꼼수가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장기집권을 위한 우파의 사회개조 프로그램이 ‘소득불균형’, ‘양극화’ 문제로 좌초하지 않을까라는 노심초사하는 위기감이 묻어나 있습니다. 소득불균형이 향후 필요한 여러 사회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직언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경제지는 “빈곤문제가 사회개혁의 걸림돌”이라는 것을 헤드라인으로 잡혔습니다. (☞ 관련기사 아주경제 삼성硏 “소득불균형 심화, 사회개혁 걸림돌” 우려 (2009.09.01))


보고서는 소득불균형 해법으로 단순한 빈곤의 해소가 아닌 수직적 사회이동을 높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위해 인적자원 투자,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적 투자를 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교육, 고용, 양육, 보건 등의 사회서비스가 보수세력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업급여, 근로장려세제 등 현금을 지급하는 공공부조 정책은 납세자(중상위층)과 수급자(저소득층)을 분리하여 계층간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한마디로 보수정권의 지지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보고서의 진짜 목적은 "소득불균형 해소가 사회적 협력을 유인하고, 궁극적으로 공공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수단"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소득 불균형 해소로 우파식 사회개혁을  성공시킨 예로 1998년 스웨덴의 연금개혁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득불균형 해소가 우파식 사회 개조, 장기집권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소득불균형 해소가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목표가 아니라는 인식이 너무나 섬칫할 뿐입니다. 방송장악, 4대강 삽질, 부자감세, 수도권 규제완화 등 조중동 천국, 재벌천국, 삽질천국을 만들기 위해서 '소득불균형 완화'를 얼마든지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끔찍한 충고로 느껴집니다.


3. 그러나 숨겨진 진실이 있습니다. 
첫째, 98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행된 '일하는 복지' 전략으로 이미 한국에서 '고용전략'은 더이상 빈곤율 감소, 양극화 해소에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부산대 윤태호 교수는 " Growing Unequal?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 2008"  문건을 분석하면서 고용전략을 통한 한국의 빈곤율 감소효과는 무직가구 해소의 경우 1% 미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 2% 미만으로 거의 효과가 없음을 지적하였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의 "일자리 창출"형 복지전략은 이미 OECD에서 상위권에 속하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 1. 고용전략이 빈곤율 감소에 미치는 효과

<자료 출처 :   Growing Unequal?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 2008, 복지국가 Society 6월 토론회 윤태호 교수 발표문 재인용>

둘째, 세금이나 소득현금 이전에 의한 소득재분배 정책이 한국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소득양극화 해소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역시 윤태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등의 국가들이 OECD 국가들 중 상위 1/3에 해당하는 국가들 수준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는 정책을 실시하였을 경우, 6%p 이상의 빈곤율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 2. 소득재분배전략이 빈곤율 감소에 미치는 효과

<자료 출처 :   Growing Unequal?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 2008, 복지국가 Society 6월 토론회 윤태호 교수 발표문 재인용>


소득재분배 정책을 실시하되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사회복지 수혜 대상에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부유층도 동일한 욕구와 필요에 대해서는 똑같이 복지 수혜를 받아야 하며, 그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국가 시스템입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저소득층 중심의 시혜적, 선택적 복지정책으로 중산층은 세금 부담은 높아지는 것 같은데 복지혜택은 느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이는 곧 광범위한 중산층의 정권 지지 이탈현상으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이었다는 진보진영의 뼈아픈 충고를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4. 정운찬 총리 지명은 우파지배 시스템 공고화를 위한 '수단'  
삼성보고서를 통해서 본 보수세력의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 소득불균형 심화로 인한 보수정권의 신뢰 위기는 우파 사회개조, 보수 장기 집권의 걸림돌이라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전통적인 의미의 '작은정부'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세입에서는 부자감세, 세출에서는 복지축소, 4대강 토목공사로 재벌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탐욕정권입니다. 다만 삼성보고서와 같이 형형색색의 포장지로 두텁게 둘러싸 그 실체를 가리우고 있을 뿐입니다. 

충청출신, 서울대학 총장 출신의 교육자, 경제전문가, 중도적 이미지 소유자의 발탁은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목표와 철학에서 나온 결정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우파적 사회개조'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실용의 정신, 장사꾼의 정신입니다. 

앞으로 정운찬 총장이 우파지배 시스템 공고화를 위한 얼굴마담이 될지, '민주주의'를 역주행 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을 조금이도 고쳐놓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민주개혁 세력이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좀 더 현란하고, 단단한 포장지를 풀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를 역행에 부역하지 않도록 하는 책무도 민주개혁 세력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정운찬 총리 지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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