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바마의 '보스워스 특사' 방북 발표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우선순위를 보여준 사건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스티븐 보스워즈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12월 8일에 북한에 보내 양자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이 백안관에 특사파견을 발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회담에 열린 청와대에서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대북특사 파견일을 공개한 것은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북핵문제 해결이 가장 우선순위가 있음을 입증한 분명한 정치적 의사의 표명이다.
동북아시아 순방 중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산토리홀 연설에서 미일동맹, 중국의 부활 용인,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협력 관계 촉구,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비핵화의 비전과 북한에 대한 새로운 미래를 주요 의제로 연설했다. 이 연설은 오바마 정부가 주요하게 다룰 가장 우선적인 동아시아 정책의 방향을 담아낸 연설이었다. 한미정상회담장에서의 오바마 대통령의 보스워즈 특사 방북 발표 역시 이러한 자신의 동북아시아 정책 구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그러나 연합뉴스와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미 국무부와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스워스 방북단의 규모가 최소인 점, 일정 역시 1박2일의 짧은 일정이라는 점을 들어 보스워 방북발표가 의미를 깍아내렸다.
이번 북미양자대화의 성격 역시 6자 회담복귀, 9.19 공동성명 준수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북측 입장을 청취하는 철저히 한정적이고 실무적인 대화로 규정하고 있음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사실 관계에서 틀린 점이 없음은 인정하더라도 연합뉴스, 보수언론,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정책우선 순위라는 큰 그림을 몰랐는지, 애써 무시한 것인지 묻고 싶다.
방북단 규모와 의제와 관련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힐러리 국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북한이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면 관계정상화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경제지원 등을 검토 할 수 있다"고 직접 밝힌 것은 북한의 상대하는 미국 측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 보스워스 대북특사에 거는 기대와 한계
지난 15년 넘게 지속된 북미간 북핵갈등의 역사 속에서 미국 정부가 파견한 대북 특사들은 당시 미국정부 '북미관계'의 향방을 좌우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1999년 5월 클린턴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간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은 일명 '페리프로세스'로 불리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관한 '권고안'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올브라이트 국무부 장관 방북, 북한의 조명록 차수의 백악관 방북과 북미공동코뮤니케 체결로 이어진 북미 관계 정상화의 흐름을 이끌어낸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2002년 10월 부시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간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역시 다른 의미의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방북 이후 켈리 차관보는 고농축우라늄 문제(HEU)를 제기함으로써 부시정부의 제네바 기본합의를 완저히 파기, 대북금융계좌동결 이에 맞선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어진 북미관계 악화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힐러리 국무부 장관의 발언 그리고 최근의 북한 매체의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요구 등이라는 일련의 대화 국면의 흐름은 보스워즈의 특사가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라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스워스 특사의 발걸음이 휠씬 조심스럽고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미 북미간의 15년 이상 지속된 협상 성공과 파기를 되풀이 했다. 성광과 실패의 패턴은 '북핵협상'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 보다는 미국 지도자들이 북한에 대한 회의적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 이상의 협상 역사에 있어서 북한과 미국이 상호 현금과 현물로 쉽게 교환 할 수 있었는 "핵동결과 보상" 같은 카드는 이미 소진했다는 점이다.
현재 북미간에는 북핵완전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최종적인 단계의 협상만 남겨 놓운 상황이다. 이 사안은 그 성격상 약속 이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어음이다. 그 이행단계에 난제와 상호불신이 속에서 불확실한 '어음'을 교환하는 협상이 상호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보스워스 특사의 발걸음이 무겁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랜드바겐'의 이름으로 선핵포기와 대북제제 국제공조에만 적극적인 한국정부도 미측으로서는 또 다른 부담이다. 이와함께 한국과 미국 사회 내부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반북정서 역시 오바마 정부를 어렵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1999년 페리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동안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의 네오콘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다. 클린턴 정부는 공화당 주도의 의회로 부터의 비난으로 엄청난 국내 정치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만 했다. 이 때문에 현 미국 민주당 정부로서는 보다 신중하고, 모호한 메시지를 보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스워스 특사방북이 평화를 견인하는 '나비효과'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최고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 결단이 필요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으로서는 전례를 깨고서라도 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미국측 실무자를 기꺼이 만나는 파격, 6자 회담 복귀선언 등의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미국부 장관의 북한 방문, 북미정상회담 등과 같은 국내외의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는 대담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보스워스 특사와 북한 강석주 부상
3.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주개혁평화 진영의 과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때 적어도 북미간의 핵협상과 그 협상의 이행과정에 있어서는 한미 정부 못지않게 한미 의회와 시민사회의 여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 대화국면이 전개될 경우 한미간의 보수진영 거부정서와 실제적인 저항이 도출되었다. 역대 한국의 보수진영이나, 부시정부 역시 지지층의 요구에 충실한 '대북강경노선'을 고집했고, 북핵협상의 파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려온 것도 사실이다. 또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통미봉남의 논란처럼 북미관계 개선 국면에서 한국의 보수 정부가 가지고 있는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외교'가 집권자의 의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민주개혁평화 진영이 주도성을 발휘하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후기 북한과 미국 간에 진행된 핵협상 전개 과정을 살펴본다면 반드시 민주개혁평화 진영이 한탄만 하고 손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또한 한반도 대화국면 이행의 과실이 미국 오바마 정부에게만 집중되는 것도 향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력 확보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민주당과 미국 시민사회는 부시정부 당시 '북핵방치'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부시정부의 정책전환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의 과실도 부시정부 못지않게 야당인 미국 민주당도 함께 누렸다.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이 급물살을 탄다면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분명히 전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민주개혁진형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한반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한반도 대화국면의 과실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감하면서도, 통합적인 행보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개혁평화진영이 다음의 과제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책결정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눈치만 코드 맞추기에 몰두하여, 한반도의 궁극적인 변화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통일, 외교 관료 그리고 정파적 언론에 대한 민주적인 감시와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둘째,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사안이라면, 합리적 보수를 설득하고, 견인하는 시민사회 차원의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대타협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째, 퍼주기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의 한반도 영향력 증대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남북교류 협력 의제를 제기하고, 이슈 파이팅을 해나가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쌀지원 등 대북 레버리지를 확보에도 유리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합리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하여 합리적 보수세력과 한국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세월낚는 강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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