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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대한민국은 지금 루저의 난!


연초부터 꼬마기자 최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왜냐고요? 파스타, 공부의 신, 지붕뚫고 하이킥 등! 재밌는 드라마와 시트콤이 저의 평일 저녁을 책임질테니까요.
그런데... 이 세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면서 공통점이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패배자, 찌질이, 루저들이 나온다는 것이죠. '
파스타'는 3년째 주방보조만 하는 공효진이, '공부의 신'에선 병문고 학생들이, '지붕뚫고하이킥'은 81화 '서울대 의사 애인'을 둔 서운대 출신 황정음& 신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금 루저의 난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키 180이 넘는 남자 보다 180 이하인 남자가 더 많고, 명셰프 같이 잘 나가는 사람보다 공효진 같은 인턴,어시,비정규직이 더 많고, 서울대 보다는 서운한 학교 다니는 황정음 같은 지방대, 전문대 출신이 더 많습니다. 

[지붕뚫고하이킥]서운대 출신 신지와 황정음. 서울대 의사 남친을 둔 서운대 출신 여자들의 대처방법. 앤디워홀을 모르니 루져들은 마냥 자는 척, 못들은 척 하지요.

  
이번주 월요일부터 나오기 시작한 '공부의 신'이 지금 평일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꼬마기자 최는 공부의 신을 보면서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가난의 대물림.

2. 대학은 일종의 계급딱지. 

3. 하고 싶은 것, 꿈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황백현. 방빼라는 아저씨.


먼저 '황백현'이라는 인물부터 보고자 합니다. 어려서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황백현. 돈을 벌기 위해 공부는 방치한채 중국집 배달을 하면서 삽니다.

오봉구네 가족. 고깃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에 볼 빵빵한 오봉구.


다음은 오봉구입니다. 얼굴 생김새만 보아도 사람 참 좋아보이는 봉구는 고깃집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들을 애지중지하는 부모님 덕에 집에서는 활달하지만 밖에 나가면 소심해지는 아이입니다. 어릴 땐 그래도 부쩍 공부를 잘 했지만, "아들은 고깃집 운영을 대로 이을 것"이라고 보험을 깔아놓은 낙천적인 부모님 덕에 성적은 늘 하위권. 그러나 오봉구는 주방 구석에 고개 숙여 공부를 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가슴 한켠 어딘가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찬두네 가족. 학원 안 가고 춤추다가 아버지한테 딱걸린 찬두.


다음은 황찬두 입니다.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에 일류대 다니는 형과 누나까지. 그런 원만하고 모난데 없는 가족 속에서 찬두는 혹 같은 존재입니다. 찬두는 아버지 몰래 매일 학원은 안 가고 춤연습을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찬두를 감싸려고만 하고, 아버지는 그런 찬두를 혼내기만 합니다. 부모 사이에서 찬두는 춤과 음악 속에 도피하면서 동시에 꿈을 키웁니다.


아버지 없이 술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풀잎이.


다음은 김풀잎입니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풀잎이는 매일밤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공부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습니다. 어디 딱히 비뚤어진 구석은 없지만 어머니에 대한 애증, 맘 처럼 되지 않은 성적으로 절망하는 아이입니다.  

강석호 뒤에 병문의 'ㅂㅁ'이라는 로고가 꼭 병맛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기분 탓이겠죠.


그런 그들에게 강석호라는 변호사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는 대뜸 "이봐 루져들, 내가 너희들 천하대 보내주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특히 1화에서 병문고 고3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석호 변호사가 천하대 특별반을 만들테니 누구든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라고 선언하는 장면을 보겠습니다.

병문고 고3 수험생 아이들.



강석호(김수로): 멍청한 놈들. 평생 남들한테 발리고 나 살 놈들.
입닥치고 내 말 좀 들어봐 이 자식들아!!!!
인생을 살면서 발린다는 거, 패배한다는 게 뭔지 아냐? 속는다는 거다.
너희들은 말이다. 이대로 살다간 평생 죽을 때까지 속기만 하다가 끝날거다.

이 사회에 룰이라는 게 있다. 너희들은 이 룰 위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이 룰을 누가 만들었겠냐. 똑똑한 놈들이다.
법률, 교육제도, 부동산 제도, 세금, 금융, 급여 시스템.
똑똑한 놈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자기들 편한대로 룰을 만든다.
하지만 자기들한테 불리한 것들은 어렵게 꼬아놔서
똑똑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무지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어놓는다.
똑똑한 놈들은 이 룰을 이용해, 평생 잘 먹고 잘 산다.

반면 너희같이 멍청한 놈들 머리 쓰기 귀찮기만한 놈들은 평생 속기나,
끊임없이 손해만 보고 그리고 결국은 패배한다.
너희같은 놈들이 똑똑한 놈들한테 당하지 않으려면
속지 않고 패배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딱 한가지 뿐이다.
공부. 공부 뿐이다. 공부를 해라. 이 악물고 죽도록 공부해서 천하대 가라.
너희들에게 답은 이거 뿐이다.

오늘부터 본관 4층에 천하대 특별반을 개설한다.
성적이 개판이든 구제불능 꼴통이든 상관없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
천하대 특별반은 올해 최소 다섯명 이상의 천하대 합격생을 목표로 한다. 
다른 대학은 필요 없다. 천하대, 오로지 국립첫하대 뿐이다.
황백현(유승호): 천하대? 까고 있네. 당신은 천하대 나왔어?
천하대가 밥 먹여줘? 천하대가 그렇게 좋아????
강석호(김수로): 나 천하대 안 나왔다. 천하대 안 좋아한다.
천하대에 나왔다고 잘난 척하는 인간들 완전 구리다. 역겹다.
하지만 너희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개꼴통으로 낙인찍힌 너희들이 보기 좋게 엿 먹이는 길은 천하대 가는 거다.
황백현(유승호): 개꼴통? 야, 나와!!!!

병문고가 없어지길 바라는 동네주민들. 강석호의 말을 빌리자면 "너희(병문고) 같은 놈들 싹쓸어가라, 너희들이 찌질이라는 증거"라는 의미.


강석호(김수로): 학교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 다들 보면서 다닐 거다.
그걸 보면서 뭘 생각했냐.
너희 같은 놈들 싹쓸어가라는 현수막이 바로, 너희들이 찌질이라는 증거다.

그까짓 공부하나 못한다는 죄로 찌그러져 앉아있는 너희가 멍청이가 아니고 뭐냐.
왜 고쳐보려고 하지 않은 채, 일치감치 짓밟히려드냐.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머리를 비워가려고 하느냔 말이야.

뭐? 천하대, 일류대 노래를 부르는 이 세상이 더럽다고?
돈있고 백있는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이 역겹다고?
흐. 그렇다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될 거 아니냐.
뒤에서 불평만 늘어놓는 찌질이로 살게 아니라 이 사회,
이 사회의 룰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되란말이다.

너희들 인생의 전환점이 눈앞에 있다. 뛰어들어라. 공부를 해라. 천하대 가라.


공부의 신을 보면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것이 바로 이 '찌질이' 발언입니다. 강석호가 고3학생들을 세워두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훈계하는 장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났습니다. 그건 제가 이미 찌질이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강석호의 얼굴에서 아들딸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잔소리가 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강석호 말처럼 가정환경이 어떻건, 참고서 살 돈이 있건 없건 찌질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좋은 스승에, 스스로의 엄청난 노력이라면 정말 찌질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요?


강석호가 맞는 말 했습니다. 승호에게 미안하지만 천하대가 밥 먹여줍니다. 꼬마기자 최처럼 지방4년제를 나온 사람은 황정음 같이 명문대 나온 남친이라도 생기면 못 들은 척 꾸벅꾸벅 졸아야하는 그런 찌질이로 살아야하지요. 온갖 설움 받으면서 이선균처럼 버럭버력 소리지르는 직장상사한테 기억력이 2초밖에 안되는 '금붕어' 소리를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비단 이 드라마가 찌질이들을 천하대에 입학시키는 이야기로만 전개된다면 수험생들이 공부의 신이라는 제목에 혹해 봤다가 약육강식의 냉혹한 사회만 알게 되어 작게는 잠시 베란다에 나가 울고 온다던지 크게는 자살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 드라마는 그 찌질한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공부는 왜 하는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내 꿈은 무엇인지를 서서히 알게되고 찾아나서게 된다는 감동적인 내용을 담게 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꿈을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독서실과 학원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보통의 고등학생들은 꿈에 대해 아무리 고민을  해도 시험문제 푸는 것 보다 더 어려울 수 있지않을까요? 꿈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뒤쳐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보단
찌질이로 몰아넣고 있는 '사회의 룰'이 아닐까요? 

이 드라마가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한발 더 나아가 가난을 대물림하는 학벌사회를 똑부러지게 꼬집지 않더라도 드라마를 보는 이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그런 드라마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