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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은 왜 '예언서'를 만들어야 했나? '사이비 종말론'에 의존하는 MB정부 통일정책

2012년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통일연구원의 「통일대계 탐색연구」(2009.12.31)


국무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이 2009년 12월 31일일 발간한 '통일대계 탐색연구'라는 보고서가 1월 20일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파문의 핵심은 정부기관의 보고서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2년 이후 유고 가능성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공식 연구보고서가 시점을 적시하여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놀라워서 도대체 어떤 근거로, 어떤 맥락에서 이런 판단을 했는지 궁금해서  보고서를 정독해 보았습니다. 

1. 새로운 통일정책의 근간은 '북한붕괴'(?)

통일연구원이 발행한 '통일대계 탐색연구' 보고서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이어져온 통일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통일정책을 내세우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연구보고서 서문에 해당하는 1장의 제목은  "새로운 통일정책 수립 : 통일대계" 입니다. 1장에서 보고서 6쪽에서는 "2020년 통일에 이르는 경로"를 두  가지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전반기에 북핵 문제에 대한 미·북간 합의구도가 마련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추진된다.  그러나 북한이 개방·개혁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통일을 수용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2012년 이후 경제회복과 후계자 구도의 안착이 실패할 경우 통제하기 힘든 일련의 정치변동 과정이 예상된다"(통일대계 6p 일부 인용)

또한 통일 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통일정책은 "△북한체제 변화 요인, △ 한국의 통일대비 역량, △국제정세 및 주변국 입장 등을 충분히 고찰"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통일대계 14p 일부 인용)

한마디로 동 보고서가 핵심적으로 조언하고 있는 통일정책은  "북한이 무너진다 기다리고 준비하자"  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급변사태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북핵정책을 만들었던 미국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북한 핵문제를 방관하며,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추진하였던 이들의 논리와 무척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2. 사이비 종말론과 다를바 없는 2012년판 종말론  "김정일 유고"

동 보고서의 2장 제목은 "북한체제의 변화와 통일대비" 입니다. 2장은 예언이 난무합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후계 문제, 급변사태  가능성 등으로 가까운 장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변화는 북한체제 내부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와 한반도 통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일대계 43p 일부 인용)
"급변사태는 권력관계의 변동에서부터 시작된다. 2012년 이후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통일대계 53p 일부 인용)

보고서 2장을 읽으면서 제가 과학적인 글이 아닌 사이비 종말론을 서적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 국가 지도자의 운명이 2012년이라는 특정시점을 찍어서 마구 예언할 수 있는지 무척 놀라울 따름입니다.
 '2012년'이라는 숫자를 제시하였기에 문단의 전후로 해서 저자들의 예측이 논리적 근거 또는 타당성을 부여하는 글 혹은 중요한 인용이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 보았지만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우는 예수마져도 '종말'이 어느 시점인지도 알 수 없다라고 했는데,
통일연구원은 용감하게도  2012년이라는 날짜를 적시하여 종말론을 유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종말론을 부르짖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던 '사이비 종말론'자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아울러  정부 기관의 통일연구 보고서가 2012년을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면서 "김정일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라고 한다면 아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중요한 선거가 겹쳐있는 '2012년'에 집권세력이 권력연장을 위해서 '북풍'을 일으킬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으로서도 남한정부가 자신들의 체제와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협박으로 받아들일 듯합니다.
 
3. '예언' 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통일대계 탐색연구에 140p에 언급된 북한의 정책선택에 따른 통일 경로


동 보고서 140쪽에서는 북한의 정책 선택에 따른 통일 경로를 제시합니다. 보고서는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제일 항목으로 삼고있는 북한에게 항복 또는 붕괴 외에는 어떤 통일 논의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동 보고서가 종말론에 기반한 "대북 급변사태"에 방점을 두고 통일정책을 제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 보고서가 너무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 '급변사태'라는 종말론은 100백만이 넘는 군대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온갖 현대식 무기들이 가득찬 한반도에서 너무나 무서운 엄청난 희생과 참극을 불러올 불장난 같은 발상임을 지적해두고  싶습니다. 7천만 이상이 살고 있는 한반도 공동체의 평화와 안전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상상하는 '종말론'에 기반한 대북정책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과학에 근거한 대북정책은 매우 간단합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서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고 좀 더디가더라도 상대와 협상하고 평화와 공존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한반도 평화를 부르짖고, 화해와 협력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셨던 것입니다. 


다행히 남북간에 금강산 회담, 개성회담이 잇따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상대방이 어느날 갑자기 '급변'할 것이라는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믿음으로 대북정책을 펼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진지하게 북측과 대화하고 소통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의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디지만 남북간의 공통분모를 찾아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