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독면을 쓴 연평도 주민들
12월 20일에 연평도에서 사격 훈련이 끝났다. 우려했던 북의 대응 사격은 없었다. 지난 10년동안 남북간 갈등은 물건너갔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전운이 감도는 황당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명박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기차게 대북 강경책을 추진했다. 눈에는 눈, 북한도 강경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햇볕은 사라지고 북풍만 몰아치는 한반도가 되었다.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급작스럽게 잡힌 국방위 회의가 NSC 소집일정과 겹쳐 소집 30분만에 회의가 끝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긴장이 고조되던 가운데, 연평도에서 설마설마 하다가 한방 맞았다. 긴장을 고조시키던 기세는 어디 가고, 대응조차 제대로 못했다. 고가를 자랑하던 무기는 고장나있고, 포탄은 명중은커녕 근처도 못갔다. 게다가 확전자제 발언을 둘러싼 집권세력 내부의 수건돌리기식 진실게임은 안보는 어느 정도 잘할 것이라고 믿어왔던 현정부가 안보마저 무능하다는 점이 만천하에 밝혀지는 과정이었다.
화가 난 이명박 정부는 보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어제 포격을 재실시했다. 북한의 대응이 있으면 있는 대로 본때를 보이고, 없으면 없는대로 체면치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에는 명예 회복이 제일 크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의 머리에 만약 명예 회복 말고 국민의 안전, 국가의 안위 등이 들어있었다면 사격훈련을 감히 할 수 있었을까?
예측을 불허하는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어제 대응이 없었다고 한고비 넘겼다고 생각하면 안될 것이다. 언제든 허를 찔릴 수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맞고는 자도 때리고는 못잔다’는 말이 생긴 것이리라.
아직 긴장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어제 더 이상의 포격전이 없었던 것은 한민족 전체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현정부가 남북긴장이 얼마나 위험한 사태를 몰고올 수 있는지 절감하고, 집권세력이 반드시 수행해야할 한반도 평화라는 중대한 사명을 이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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